가격 위주의 통신장비 구매 관행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국내 통신장비 시장의 최대 구매처인 KT와 SK텔레콤 등은 그간 최저가입찰제 일변도의 장비 구매 관행에서 벗어나 가격과 함께 성능·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장비 구매방식을 잇달아 도입,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장비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통신사업자들의 최저가입찰제 구매방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가격 위주의 통신장비 구매방식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통신업체들이 장비를 구매하는 데 주로 채택해온 최저가입찰제는 장비 시장에서 업체간 과당경쟁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통신장비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해 국내 통신장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또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가 일부 도입되거나 구매장비에 대한 유지보수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통신업체들의 대고객 서비스를 떨어뜨리는 원인을 제공해 왔다.
이에 따라 이같은 통신업체들의 새로운 구매방식 도입은 무분별한 가격경쟁으로 얼룩졌던 통신장비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이며 수요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과 과당경쟁으로 설자리를 잃고 있는 국내 통신장비업계의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저가입찰제를 강력하게 시행해온 KT(대표 이용경)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추진중인 차세대네트워크(NGN) 구축사업과 WCDMA 사업을 계기로 최저가입찰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장비 구매방식을 도입, 통신장비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KT는 NGN 구축사업의 일환인 액세스게이트웨이 도입 프로젝트에서는 장비공급 적격업체로 선정된 LG전자와 삼성전자·한국루슨트 등 3개 업체에 지역 및 물량을 차등 할당하는 방식을 도입, 장비를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소프트 스위치 구매를 위해서는 입찰방식이 아닌 장비업체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장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KT의 자회사인 KT아이컴도 최근 계약을 앞둔 WCDMA 장비도입 프로젝트에서 가격입찰이 아닌 기술평가를 통해 LG전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LG전자와 가격협상을 벌여 장비를 구매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SK텔레콤(대표 표문수)은 올 초부터 TCO(Total Cost of Ownership)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장비 구매방식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전에 최소 1년 단위로 1·2차 협력업체를 선정해 놓은 후 장비 구매가 필요할 경우 이들 협력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을 광전송장비 구매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 2월 한국알카텔과 노텔코리아를 2.5G와 10G, DWDM 등 광전송장비 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TCO 개념을 도입한 장비 구매제도를 처음 도입했으며 결과에 따라 앞으로 이 제도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처럼 국내 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이 최저가입찰제에서 탈피, 기술과 투자효율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장비 구매방식을 잇달아 도입함에 따라 데이콤과 하나로통신·파워콤 등 다른 통신사업자들의 장비 구매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