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대회, 르네상스 시대 열리나.’
IT붐을 타고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게임리그가 지난해 줄줄이 해체된 지 1년 만에 다시 게임대회 붐이 일고 있다.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각종단체 행사에 게임대회가 필수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가 하면, 지방 도시들도 게임대회 유치에 적극나서고 있다. 여기에 게임업체들이 게임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게임대회를 앞다투어 열고 있는 데다 자사 제품의 단기 프로모션 차원에서 게임대회를 후원하는 몇몇 대기업까지 가세해 게임대회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2000년 말 프로게임구단 창설 붐이 일면서 벤처와 IT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참여해 프로게임구단만도 줄잡아 28개 이상이었다. 이처럼 뜨거웠던 게임대회 열기가 1년도 안돼 차갑게 식은 것은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벤처기업이 도산하거나 재정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고 게임리그의 홍보효과에 대한 기업들의 의구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여성게임대회는 거의 사라졌으며 게임대회도 게임방송사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올 상반기에는 월드컵 열풍으로 게임대회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현재 일고 있는 게임대회 열기는 2000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저변이 완전히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구 등의 프로리그를 섣불리 모방한 2000년과 달리 요즘 열리는 게임대회는 오히려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한다. 지난 8월 9일에 열린 ‘제3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나 한국스카우트연맹에서 주최하는 ‘제1회 사이버문화대전(9.1∼11.10)’ 게임대회는 ‘항상 남녀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게임업체에서 주최하는 게임대회에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라는 단서아닌 단서를 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빛소프트의 ‘워크래프트 PC방 대항전’을 비롯해 코코캡콤의 ‘캡콤 vs SNK2 대회’, 비스코의 ‘짱 대회’, YBM시사닷컴의 ‘아머드코어3 체험 전국대회’ 등 올해 출시되는 기대작들 중 대전성격이 강한 게임은 대부분 게임대회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대기업들이 게임방송 프로리그를 후원하는 사례도 늘었지만 아마추어 게임대회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리온이 지난 상반기 전국적인 규모의 ‘니코엑스배 직장인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열어 인기리에 대회를 마쳤으며 SK텔레콤도 자사와 5개 카드사가 제휴해 만든 모네타카드 홍보를 위해 ‘모네타배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6일부터 시작하는 등 아마추어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와 ‘전국사이버체전’도 프로게임대회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기획하는 등 단순한 게임대회가 아닌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은 게임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아마추어층이 두터워지면 프로게임리그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