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활용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94년 영화 ‘구미호’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의 CG 활용이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이제까지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후반작업이나 SF 및 건물 폭파 등 특수장면 묘사를 위해 사용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체 영화에서 CG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돌출적인 활용보다는 실제장면과의 절묘한 합성으로 현실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장면이 그래픽이고 어떤 장면이 실제인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정교함이 높아지고 있으며 영화 제작비용 절감에도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다음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명필름의 ‘YMCA야구단’이 대표적인 케이스. 100년전에 출현한 국내 최초의 야구단의 활약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그리고 있는 YMCA야구단은 그 소재만큼 1905년 당시의 시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목. 이에 따라 CG가 전체 영화장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차지한다.
명필름은 당시 전차가 다니는 종로거리 복원을 위해 기본적인 세트장과 전철은 제작했지만 거리 풍경재현을 위한 원경과 중경은 모두 CG로 처리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어떤 부분이 CG인지와 아닌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함이 돋인다. 특히 세트장과 각종 장비, 소품에만 의존했을 경우 필요했던 당초 20억원보다 3분의 1이상 줄인 6억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이점. CG를 이용해 비용절감과 영화의 완성도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6월말 개봉된 ‘챔피언’도 전체 영화 116분 가운데 10분 분량을 CG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관객들은 어떤 장면이 CG인지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챔피언에서 CG가 들어간 내용 중 하이라이트는 김득구와 맨시니의 세계 타이틀전 장면으로 무려 53컷트(7423프레임)가 CG로 처리됐다.
촬영팀은 LA 세트장에 초대형 그린월(green wall)을 세우고 20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마치 8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것과 같은 당시의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해낸 것. CG가 없었다면 엑스트라 6000명을 추가로 동원할 수밖에 없어 비용부담이 높아져야 했던 것은 물론이다.
이밖에 오는 13일 개봉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도 많은 CG기술이 활용돼 팬터지 장르를 적절하게 묘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