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준근 한국 HP사장

 “사람관계를 푸는 일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미래 한국HP를 짊어질 만한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이들을 잡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죠. 또 양사 문화가 너무 달라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 중간에서 이를 조율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난 5월 22일 ‘뉴한국HP’ 출범식 이후 본지에 처음 얼굴을 내민 최준근 한국HP 사장(50)은 최근의 3개월이 ‘사람관계 문제를 푸는 방식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시간’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국HP와 컴팩코리아가 통합되면서 1400여명이 1조90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조직의 수장을 맡게 된 최 사장은 최근 ‘hp-way’의 하나로 유명한 사내게시판(무기명 견해 작성)을 찾는 횟수가 일주일에 한번 수준에서 매일로 바뀌었다. 직원들의 심리를 조금이라도 더 파악하기 위해서다.

 뉴한국HP를 ‘더 나은, 더 큰 능력을 가진 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최 사장은 “비단 매출뿐 아니라 고객만족, 직원들에게 만족을 주는 회사,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달로 마무리된 명예퇴직 규모와 통합과 관련된 향후 계획은.

 ▲양사 합쳐 150여명이 퇴직했다. 현재의 조직이나 인력규모는 합병 당시 사업목표에 맞춰 확정한 것이다. 새로운 목표가 설정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2차 조정 작업은 없다. 지금은 양사 직원의 월급체계 등 인프라 통합 작업을 진행중이며, 11월, 늦어도 연내에는 법적으로나 내부 시스템을 통일할 것이다. 10월 4일 한국후지쯔가 이사한 후 내부공사를 시작하면 11월 초부터는 ‘아셈’ 직원들의 이주가 시작될 것이다.

 ― 통합 이후 본사의 첫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황은.

 ▲24억달러 적자는 합병비용이 포함된 일회성 결과다. 예상한 수치고 당초 전망한 167억달러 중 164억달러를 달성했으니 목표에 도달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한국HP의 경우 일부 그룹은 못미치고, 일부는 초과달성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당초 정한 매출목표를 100% 달성했다. 실질적으로 통합조직의 힘이 발휘되는 첫 분기인 4분기도 3분기 정도의 매출과 동일한 목표를 잡았고,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ESG·PSG·IPG·HPS 등 4개 그룹간 커뮤니케이션에 애로사항이 있을 듯 한데.

 ▲4개 그룹의 책임자와 인사·재무 담당자까지 참여하는 ‘시니얼리더십미팅’을 매월 1회 갖는다. 여기서 조직전반에 관한 업무를 논의한다. 영업에 관련된 사안도 논의하지만 이보다는 부처간 ‘인터락’ 회의를 수시로 개최, 전략과 전술을 논의한다.  ― 통합한 양사 조직문화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직원들은 ‘페스트스타트교육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개인이 생각하는 상대측 기업 문화에 대해 솔직히 기술하고 공개, 토론한다. 예전 기업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기 위한 방안이다. 구 한국HP 직원들이 합병 과정에서 유리할 것 같지만 합병을 처음 겪는 구 한국HP 직원들이 오히려 컴팩 직원들보다 더 당황하고 있음을 알았다. 외부에서는 구 한국HP의 의사결정이 느리다고 비판하지만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자신이 책임지는 한국HP의 시스템에 조금만 적응하게 되면 개인의 책임감과 성취감을 높여주는 좋은 제도로 받아들일 것으로 확신한다.

 ―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HPS의 사업 전략을 밝혀달라.

 ▲최근 탠덤 서비스 부문을 인수한 고객지원부문이나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커뮤니케이션&통합(C&I) 부문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이에 비해 아웃소싱 영역인 메니지먼트(MS) 분야는 뒤지는 게 사실이다. 3년 내 HPS 매출을 2배로 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MS 분야의 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HPS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선행할 것이다.

 ―HPS를 확대하기 위한 M&A 이야기가 끊임없이 거론되는데.

 ▲17명인 아웃소싱 부문의 인력을 확충해 조직 자체를 키우는 것, 단기간 내 매출성장을 위한 외부기업 인수, 모두 유효하다.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때가 아니라고 본다.

 ― 20년 이상 함께 근무한 유원식 부사장이 경쟁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대한 의견은.

 ▲유 사장은 나와는 입사 5년 차이 선후배 관계다. 내가 27년 근무하고 유 사장이 22년 근무했다. 개인적으로는 유 사장이 잘됐으면 좋겠지만 경쟁 관계에서는 양보할 아무 것도 없다. 한국HP가 20여년간 노력해 구축한 지금의 상황이 몇 몇 사람이 움직인다고 해서 단시일내 일굴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