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메인에 대한 배분 및 관리 권한이 미국에 집중되면서 미국 위주로 정책이 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 선진국을 자처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터넷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T에서도 ‘힘이 곧 정의’라는 명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공공적인 성격이 높다. 시발점은 미국이지만 인터넷주소자원은 이제 더이상 특정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따라서 도메인은 각 국가가 처한 상황에 알맞게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도메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닷컴(.com), 닷넷(.net), 닷오르그(.org) 등의 일반 최상위도메인(ccTLD)의 등록주관사는 미국 베리사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도메인등록 대행업체들이 미국의 기업이나 기관인 실정이다. 얼마전 닷오르그 등록주관사 선정에서도 미국과 유럽 등 구미 국가의 입김이 너무 거센 탓에 선정과정에 참여하려던 국내기업들이 참여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장 도메인 관리권한의 일부를 국내로 이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관련 국제회의나 기구에 적극 참여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1998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기구 ICANN(International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에 국내 인터넷 관련기관 및 기업의 관심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ICANN은 IP주소 할당과 도메인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곳으로 특히 신규 국제도메인 생성과 주관사 선정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ICANN의 경우 국내에서는 KAIST 경상현 박사가 이사로 활동중이고 도메인네임지원기구(DNSO)의 네임카운실에 전응휘 피스넷 사무총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주소지원기구(ASO) 어드레스 카운실에는 아이네임즈의 이승민 이사가 활동중이다. 아시아지역 도메인 관련기구인 APTLD(Asia-Pacific Top Level Domain forum)에서는 이영음 방송통신대 교수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MINC(Multilingual Internet Name Consortium)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박윤정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KRNIC이 ccTLD 사무국을 유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ICANN과 APTLD 등에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APNIC(Asia-Pacific Network Information Center)에서는 KRNIC의 김병규 박사, APRICOT(Asia-Pacific Regional Internet Conference on Operational Technologies)에는 송관호 KRNIC 원장과 김병규 박사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요 기관의 책임자들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실정으로 NGO나 기업체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도메인 주관사 자격을 더욱 많이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도메인 주관사, 즉 레지스트리 권한을 갖고 있는 업체는 닷디제이(.dj)가 유일하다. 나명찬 닷디제이 사장은 “기존 도메인 외에도 주관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도메인이 적지 않다”며 “주관사를 해봐야만 네임시스템 운영 등에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한 동남아 지역 국가들을 위해 해외 네임서버 운영권을 국내에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는 동남아 국가들의 도메인네임서버를 국내에서 대신 운영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관련 그래프/도표 보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제 도메인관련 기구소개 및 국내 전문가 참여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