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가 일본 진출을 재료로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반면 보안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비즈니스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으며 향후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안연구소는 3일 일본에서 바이러스 발생이 탐지된 뒤 치료백신 엔진이 업데이트되기 전까지 바이러스 유입을 자동적으로 차단하는 ‘사전차단제’를 일본에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으로 안연구소의 주가는 상한가 2만5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도 전날의 5배가 넘는 43만주나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이날 급등에 대해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안주의 특성이 반영됐을 뿐 주가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안연구소가 일본에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며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뿐 실제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가의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앤티바이러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판단돼 안연구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 수출 등의 새로운 활로가 필수적”이라며 “회사가 강력한 일본 사업 의지를 내비쳤지만 일본에서의 매출 증가나 대형 수주 타결 가능성 등은 아직은 불확실한 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일본 진출 의지만을 내비친 것으로는 이날 주가 강세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안연구소는 사전 차단제를 일본에서 오는 11월 세계 최초로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바이러스 필터링 기술만을 가지고 본격적인 서비스 사업을 한 것이 세계 최초일 뿐 이런 개념의 제품은 이미 많이 양산돼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안연구소에 대해 현주가보다 낮은 1만8000원의 6개월 목표주가를 내놨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률 하락 등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에다 여타 소프트웨어업체와 가치를 평가할 때 현 주가는 다소 고평가 상태”라며 다만 △정부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과 같은 단기적인 매출증가 가능성 △일본 진출 후 대형 수주 타결 가능성 등의 변수는 주가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동반 강세를 보인 인젠·이니텍·장미디어 등의 보안주에 대해서도 대부분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9·11테러 1주년이 다가오며 다시 ‘보안주 열풍’이 나타날 것이란 말들이 있고 최근 대우증권 사태를 들어 보안주 강세를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보안주 강세는 펀더멘털 개선이나 업황 개선 때문이라기보다는 안연구소 상승세에 편승한 투기적 매매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