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DMA 장비시장이 마침내 열렸다. 3일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인 KT아이컴이 LG전자와 1300억원 규모의 주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WCDMA 시장이 활짝 열리게 됐다.
이번 계약은 일각에서 제기돼온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 연기론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같은 비동기식 사업자인 SKIMT에도 서비스 도입을 앞당기는 촉진제 역할을 해 그동안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이동통신장비업계에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시장불안 해소=그동안 WCDMA 장비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온 이통장비업체들은 KT아이컴의 공급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적지않은 부담을 느껴왔다. 지난 5월 KT아이컴의 장비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LG전자는 물론 예비협상대상자인 삼성전자, 머큐리-노텔 컨소시엄도 계속되는 계약 지연에 당황스러워한 게 사실이다.
본 계약체결이 3개월이 넘도록 지연되자 LG전자는 KT아이컴과의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에 시달렸으며 예비협상대상자 삼성전자, 머큐리-노텔은 아무런 대책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올해안에 WCDMA 시장이 열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우려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계약 체결로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에 그치게 됐으며 장비업체들은 시장성에 대한 의심없이 WCDMA 사업에 공격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주장비 공급계약이 완료됨에 따라 중계기 공급계약도 곧 체결될 것으로 보여 역시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본 계약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5개 중계기업체들도 하반기 사업에 큰 힘을 얻게 됐다.
◇해외진출 밑거름=KT아이컴의 이번 계약체결은 국내 WCDMA 시장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임과 동시에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 길을 밝히는 조명탄이기도 하다. 이미 CDMA 장비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 역량을 인정받은 국내업체들은 최근 비동기식 장비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3G사업이 연기되는 틈을 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WCDMA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특히 실제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 레퍼런스사이트 확보가 필수적인 이통장비사업의 특성상 국내에서 WCDMA 서비스가 먼저 개시되고 장비 도입 및 업그레이드가 신속하게 이뤄지면 전세계 주요 장비업체들을 제치고 WCDMA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단 WCDMA 장비뿐 아니라 단말기사업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CDMA 서비스의 조기 실시를 통해 다져진 기술력과 대량 생산체제를 기반으로 CDMA 단말기 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WCDMA 단말기 분야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
LG전자 디지털이동통신사업부장 이재령 상무는 “이번 KT아이컴과의 계약 체결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큰 힘을 얻게 됐다”며 “국내 WCDMA 장비업계의 경쟁력을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요확대가 관건=비록 우여곡절 끝에 KT아이컴의 주장비 공급계약이 완료됐지만 장비설치 지역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부산이 제외된 서울·수도권 지역에 국한됐고 계약 규모도 초기 예상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WCDMA 장비시장의 개막을 알리는 첫 신호가 기대 수준에 못미침에 따라 장비업체들은 그동안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수준의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수요 창출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어차피 국내 WCDMA 시장이 한정돼 있는 만큼 국내시장에 연연하지 말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산업이 국가의 전략산업인 만큼 정부차원의 해외 WCDMA 시장진출 지원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