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디지털케이블TV·VDSL 투자 확대` 의미

방송통신의 융합이 급속화되는 현재 시점에서 각각을 대표하는 유선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들의 디지털케이블TV와 VDSL 투자확대는 한국 IT산업에 있어 ‘가뭄의 단비’ 그 이상이다. 특히 국내 IT산업은 오랜 침체에서 탈피해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가올 패러다임은 홈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심축으로 한 홈네트워킹시대를 의미한다. 바야흐로 진정한 멀티미디어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공중망과 파급효과=국가공중망의 패러다임 변화는 엄청난 산업적 파급효과를 갖는다. 이는 국내 통신·방송산업의 역사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80년대부터 시작한 디지털교환기(TDX) 투자는 곧바로 700으로 대표되는 음성정보서비스·개인번호서비스 등 다양한 지능망서비스시장을 창출했고 인터넷시대의 초석이 됐던 천리안 등 PC통신시대를 개척했다. 94년 착수된 케이블TV사업과 무궁화위성은 오늘날의 다채널유료방송시장을 열었고 전무했던 콘텐츠산업 활성화에 기여했다. 세계적이라고 기록되는 한국홈쇼핑의 성공도 이에 기반한다.

 99년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을 기점으로 유선통신업계에 화두로 등장했던 ADSL이나 케이블모뎀 등 초고속인터넷은 국내 IT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놨고 그로 말미암아 한국의 IT는 세계 역사의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IT역사의 변화를 알리는 디지털케이블TV와 VDSL시대가 새로이 시작되고 있다.

 ◇차원이 다른 네트워크=케이블TV사업자들과 통신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자에 나선 디지털케이블TV와 VDSL은 네트워크 특성이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VDSL은 현재 13Mbps 전송속도이나 올해말부터는 26Mbps급으로 업그레이드 되며 궁극적으로는 최대 52Mbps급 양방향 네트워크로 진화한다. 디지털케이블TV는 HFC망의 특성상 급이며 부가서비스 활용대역도 수백 Mbps로까지 활용 가능하다. 이같은 네트워크 특성은 ADSL이나 케이블모뎀 기반의 초고속인터넷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진다.

 ADSL 등 기존의 공중망은 가입자에 1∼2Mbps급 전송속도를 제공했다. 인터넷의 대중화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ADSL은 순수히 데이터통신 지향형 네트워크였지만 연관산업 파급효과는 가히 엄청났다. 지금은 열기가 식었지만 지식산업 기반의 IT벤처 열풍은 ADSL 등 초고속인터넷 투자에서 비롯됐다.

 이와 달리 디지털케이블TV나 VDSL은 멀티미디어 지향형 네트워크이며 홈네트워킹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디지털케이블TV나 VDSL 같은 네트워크 조건이라면 진정한 멀티미디어시대 도래로 이어진다.

 ◇콘텐츠기반의 패러다임=디지털교환기는 전화기 중심의 체제였으며 ADSL 등 초고속인터넷은 PC기반의 정보통신 대중화를 유도했다. 그러나 디지털케이블TV나 VDSL은 네트워크의 중심에 TV까지 올려놓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디지털케이블TV나 VDSL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은 비디오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디지털케이블TV나 VDSL이 구현할 세상은 IT기반의 콘텐츠테크놀로지(CT)시대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VDSL을 준비중인 KT조차 “AV시장을 겨냥하자는 차원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구현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케이블TV 투자를 진행하는 케이블TV업계 역시 “기존의 다채널 방송서비스 외에 VOD, t커머스, 데이터방송, VoIP, 양방향 TV서비스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이같은 전략은 궁극적으로 종합멀티미디어 사업전략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결국 통신·방송시장은 가정내 홈엔터테인먼트 서버를 놓고 경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유영역은 이제 사라지고 가입자의 홈엔터테인먼트 서버를 먹기 위한 경쟁으로 시장이 진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사라지고 사업자간 직접 경쟁양상이 바야흐로 시작될 것이란 게 기술적 전망이다.

 ◇본격화하는 홈네트워킹=디지털케이블TV나 VDSL은 홈네트워킹시대 개척도 열게 된다. 가정내에까지 광대역파이프가 놓인 상황에서는 원격검침·진료 등 모든 자동화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인터넷정보가전도 말이 아닌 현재의 상황으로 바뀌어질 수 있다. 양방향 광대역 공중망시대가 열림으로써 가전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