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비틀스 40년 기념 미공개 사진 전시회

 얼마 전 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잇단 추도행사로 재조명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비틀스가 음악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엘비스에게 올해가 서거 25주기였다면 비틀스 역시 활동 40주년의 뜻깊은 해다. ‘비틀스 리바이벌’이야 70년 해체 이후 이런저런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의 명분은 더욱 거창하다.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그리고 링고 스타가 만나 조직의 틀을 완성한 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지휘 아래 첫 음반을 취입한 때가 지난 62년 9월 11일. 비틀스라는 이름으로 위대한 활동의 닻을 올린 지 정확히 40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이날 그들은 애비 로드(Abbey Road) 스튜디오에서 역사적 첫 싱글이 된 ‘Love me do’를 녹음했다. 이곡은 그해 말 영국 차트 17위에 오르면서 이른바 ‘비틀 마니아’의 서막을 고했다. 비틀스는 63년 영국을 초토화시킨 뒤 이듬해 2월 7일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을 완전 정복했다. 이후 그들의 노래는 차트 1위부터 5위까지 싹쓸이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가는 곳은 미국 존슨 대통령의 행선지보다 더 많은 언론과 팬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미국에 온 이틀 뒤 그들은 7300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던 전설적인 CBS TV 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다. 기성세대들은 방청석을 꽉 메운 소녀들이 비명과 괴성을 질러대는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얼마나 그 순간이 시끄러웠으면 프로에 함께 출연했던 코미디언 프랭크 고신이 “나는 소녀들이 지르는 소음 외에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을까.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이 된 그날의 공연 관련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담겨 국내에도 공개된다. CBS는 지난 2000년 방송국 자료실 깊숙이 보관돼 있던 낡은 사진들을 찾아냈고, 컴퓨터 회사인 휴렛패커드(HP)는 35㎜ 카메라로 찍은 작은 사진들을 대형 사진으로 복원했다. 모두 71점인 이 미공개 사진들은 지난해 11월 캐나다에서 처음 전시되었고 올 8월 싱가포르에 이어 3번째로 한국에 전시되는 것이다.

 장소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이며 이달 12일부터 22일까지 11일 동안 무료로 전시된다. 비틀스 4명 외에 매니저였던 고 브라이언 엡스타인과 쇼 호스트 에드 설리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공연 관련 사진 말고도 그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마이애미 해변에서 노는 장면, 연주 연습 장면 그리고 팬들의 히스테리 모습들이 포착된 사진도 공개된다.

 사진들로 그들의 ‘더벅머리’, 젊고 싱싱하며 여유에 넘친 제스처들, 특유의 함성 ‘Yeah, yeah, yeah’, 그리고 소녀 팬들의 환호작약 등 64년이 남긴 자취들을 읽을 수 있다. 실로 비틀스의 ‘미국 공습’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이다. 사진들은 비틀스가 과거의 유물이 아닌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사는 초월적 전설임을 다시금 증명한다.

 

 임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