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기초로한 정보통신 원천기술 개발>
미래의 통신망은 음성뿐만 아니라 영상데이터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유무선 통합 통신망에 초당 수 메가바이트(MB)에서 수십 MB까지 밀려드는 통신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제어 프로토콜의 최적화가 요구된다. 미래 통신망에서 에러율을 10의 마이너스 9승까지 줄인 ‘완벽한’ 성능을 도출하려면 전자정보통신 부문의 연구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입력트래픽의 특성을 파악해 이에 적합한 트래픽 엔지니어링 기술을 완성하는데 해답을 제시한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고려대 통신수학연구센터(TMRC:Telecommunication Mathematics Research Center 센터장 최봉대 고려대 교수 http://elie.korea.ac.kr/∼tmrc)는 정보통신기술에 수학을 접목시켜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 제어 프로토콜의 최적화를 연구한다. 수학이론인 확률과정론(stochastic process)과 대기체계이론(queueing theory) 등 다양한 수학이론을 바탕으로 수리적인 모델링과 성능분석 기법을 개발, 통신프로토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고품질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에 적합한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그 결과를 세계 표준화회의에 제안, 차세대 통신기술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통신수학연구센터의 목표다.
통신수학연구센터는 현재 고려대학교, KAIST, 동의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창원대학교 등 여러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총 9명의 국내외 교수, 3명의 박사후과정(post-doc) 및 17명의 석박사과정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장은 고려대학교 최봉대 교수가 맡고 있다. 최 교수는 최근 4년간 응용확률론 및 정보통신분야의 세계적인 과학학술저널인 SCI 등에 36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5명의 수학과 교수, 2명의 정보공학 및 통신망 전공 교수 그리고 응용확률론 및 통신망 성능분석을 전공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서 다년간 연구원으로 경험을 쌓은 2명의 교수로 진용이 갖춰졌다. 이들의 강점은 수학과 통신 두 분야 모두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는 것이다.
센터는 지난해 11월에 설립돼 5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1차연도(2001년 11월∼2002년 7월) 기간동안 유명 학술저널에 13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9편을 제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인도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라슨앤투브로(Larsen&Toubro)의 인포테크(Infotech)에 석박사 과정 8명을 파견해 전문가들과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경험을 얻게 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시행했다.
통신수학연구센터는 현재 통신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한 확률적 분석방법 개발과 이를 위한 활용 소프트웨어 구현을 위해 크게 5개의 중점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통신트래픽의 모델링 기법과 성능평가 기술개발 △트래픽 특성에 적합한 확산과정을 이용한 수리적 모델링과 이를 응용한 알고리듬 개발 △초고속 광가입자망 서비스의 경제적 제공방안 △망자원 관리의 핵심알고리듬과 소프트웨어 개발 △트래픽 제어 알고리듬과 트래픽 수리 모델링 및 시스템 측정기술 등이 그것이다.
센터장인 최봉대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제1 세부과제는 통신트래픽을 수리적으로 모델링하는 트래픽 모델링 기법 및 통신망 최적화를 위한 성능평가기술 개발이다. 특히 인터넷 트래픽의 특성을 잘 표현하는 자가동일성(self-similarity)을 갖는 확률모델의 개발 및 이를 이용한 성능분석 기술 개발에 집중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1차연도에는 이러한 세부과제 수행을 통해 인터넷 및 이동통신망의 시스템설계를 위한 성능·용량 분석 수리모델인 QBD를 이용한 통신시스템 분석모델(Analyzer for Telecommunication System Using QBD)’을 개발했다. 또한 이질적인 확률적 특성을 갖는 비동기전송모드(ATM)환경에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한 연결제어기능에 필요한 알고리듬인 ‘ATM멀티플렉서의 트래픽 중첩에 의한 셀손실 확률분석(cell loss probability for superposition of traffics in ATM multiplexer and application to CAC)’을 개발했다. 이들 성과물은 TMRC 홈페이지에 공개돼 누구나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
제2 세부과제는 통신트래픽을 각 트래픽의 특성에 적합한 확산과정(diffusion process)을 이용하여 수리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활용해 관련 행렬네트워크(queueing network) 분석 및 통신시스템 성능분석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것이다. 위인숙 교수(고려대 수학과)와 신양우 교수(창원대 통계학과)가 이를 수행하고 있다.
이유태 교수(동의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가 수행하는 제3 세부과제는 초고속광가입자망에서 가입자에게 고속·고품질의 서비스를 경제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방안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알고리듬, 수학을 통한 정량적 성능 분석 수행이 목적이다. 1차연도에는 ‘ATM-수동광네트워크(PON)의 효율적인 DBA(Dynamic Bandwidth Allocation) 알고리듬 구현’으로 저가형 광가입자 장비의 핵심 기술을 확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현재는 기가비트 이더넷-PON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 연구는 광케이블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의 경제적 제공기술 확보는 물론 고품질 인터넷 HDTV서비스, 3D게임, 원격진료·교육 등 새로운 인터넷서비스와 콘텐츠 개발의 기반기술로 활용된다.
엄두섭 교수(고려대 전자공학과)와 최정환 교수(고려대 수학과)의 제4 세부과제는 망 자원관리에 관련된 핵심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IP망의 효율적인 자원관리를 위한 통합적인 망 자원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성능을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황강욱 교수(KAIST 응용수학과)와 강상혁 교수(서울시립대 전자공학과)가 주도하고 있는 제5 세부과제는 인터넷망에서 각각의 통신 트래픽에 적합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한 트래픽 제어 알고리듬 개발 및 성능평가, 트래픽 수리 모델링 및 시스템 측정(dimensioning)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특히 제5 세부과제는 ATM방식 이후 차세대 인터넷망 기술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MPLS (Multi-Protocol Label Switching) 기술에 기반한 트래픽 엔지니어링 기술과 영상회의 및 영상전화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설계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터뷰-최봉대 센터장>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인 두 가지 이유는 바로 영어와 수학입니다.”
통신수학연구센터 최봉대 교수는 “미래의 통신기술을 연구하면서 10의 마이너스 9승까지 에러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자, 전기통신이론에 확률 등 수학이론을 적용해 수학적인 규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통신수학연구센터의 일은 차세대 기술을 연구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표준을 선점해 통신강국의 밑거름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센터의 경쟁력은 통신과 수학 두 분야를 함께 잘 아는 고급인력이 탄탄히 구성된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통신연구에 수학이론을 적용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아직도 기초학문인 수학과의 학제간연구는 흔하지 않다. 통신과 수학, 두 분야의 전문성을 함께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도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최 교수는 사람수나 규모에서는 크게 뒤처지지만 연구인력의 두뇌는 미국의 벨연구소에 견주어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유태 교수, 황강욱 교수 등 통신과 수학을 함께 공부한 ‘국보급’ 두뇌들이 포진했다. 이러한 기반은 바로 15년전 최 교수의 부단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최 교수는 “KAIST 교수로 일하고 있던 당시 수학을 전공으로 졸업한 제자들이 통신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보고 통신과 수학을 함께 다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후 통신이론을 배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성과를 얻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도 여러 세미나에 청중으로 참석, 새로운 지식익히기에 여념이 없는 부단한 노력가다. 그런 그의 제자들이 통신수학연구센터에서 그와 힘을 합치고 있으며 삼성전자 최성호 박사, 장용 박사, KT 정연화 박사 등 기업의 표준화 관련 핵심인력들이 그의 제자다.
“대학의 역할은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중요한 핵심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라는 최 교수의 성과들은 삼성전자의 3세대 WCDMA망의 핸드오버 서비스기술 등 많은 기업의 연구에 반영되고 있다. 최 교수가 직접 기업체에 표준관련 자문을 해주며 국내 업체들의 기술선점을 돕기도 한다.
한국 통신기술의 성장 외에도 최 교수의 목표는 ‘미국의 루슨트연구소, 네덜란드의 CMI(수학·정보센터), 호주의 응용수학센터 등과 같은 세계적인 통신기술 연구센터를 만드는 것’과 ‘수학과 통신이론에 전문성을 가진 후학양성’ 등이 있다.
최 교수는 지난해부터 연구센터를 통해 이러한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고 있다. 그의 결과물로 1차연도 사업결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아냈다. 그렇다면 ITRC 사업에 대한 최 교수의 평가는 어떨까. 최 교수는 “다른 지원사업에 비해 사업 운영자인 센터장에게 재량권을 상대적으로 많이 줘 소신있는 지원·연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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