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을 고부가가치 신지식산업으로 성장시켜 우리 농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재편하는 일이 ‘벤처농업’이 해야 할 당면과제입니다.”
지난 2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제1회 벤처농업전문강좌(Agribusiness Venture Academy)’에는 벤처농업이 나아갈 길에 대해 강조하는 반백의 강연자가 한 명 있었다. ‘벤처농업’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쓰며 단호한 어조로 국내 농업의 돌파구로 이를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이 사람은 농촌경제연구원 이동필 박사.
농촌경제연구원이 처음 벤처창업보육센터를 열 때만 해도 인근 홍릉지역 벤처 관련 기관들은 이를 대수롭게 보지 않았다. 잘 팔리는 IT·소프트웨어산업이 주류인 벤처업계에 농업이 왜 끼어드느냐는 게 이들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보육센터 문을 열고 20여개 기업을 입주시키면서 어느덧 벤처농업 보육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동필 박사는 연구원 내 보육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업체를 심사해 처음 입주시켰을 때의 뿌듯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번 벤처농업 전문강좌는 보육에 머물던 벤처 관련 지원사업을 벤처농업과 관련한 분위기 조성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첫 강좌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벤처농기업 창업자 및 예정자, 농산물 가공 및 유통사업 참여업체, 농산물 전자상거래업체, 신지식농업인, 농업 관련 산업종사자들이 많다며 이 박사는 흐믓해 했다. 이번 자리를 계기로 품목별 테마강좌를 정기적으로 열겠다는 게 이 박사의 다음 구상이다.
“명목상 강좌지만 아직 벤처농업에 대한 개념을 잡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관광농원·우리 토종약초를 이용한 주류 제조, 우수품종 개발,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자상거래 기술 등 WTO 이후 경쟁력를 확보해야 할 농업에서 벤처들이 해야 할 몫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를 위해 사이버공간에 전문가 포럼을 마련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벤처농업인들의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합니다.”
이 박사는 벤처농업에 대한 벤처 관련 업계와 관계 부처의 협소한 시각을 냉정하게 지적했다.
“소위 첨단산업 중심의 벤처산업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벤처업계에 만연해 있습니다. 첨단기술과 접목해 충분히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전통산업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 박사는 지난 5월 도농간 정보격차의 심각성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벤처농업에 관한 연구 활동 외에도 지역간 정보격차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도시에 비해 농촌의 정보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작 문제는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사회 이슈가 될 때마다 무조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들 하지만 정작 세부적인 분석을 통한 입체적인 지원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