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성인의 성인에 의한 성인을 위한 게임?

 ‘국내에도 성인전용 게임 시대가 열리나’

 액토즈소프트가 최근 ‘A3’라는 성인전용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을 개발, 연말께 베타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해 성인들에게 선보이면서 국내에도 성인전용 게임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특히 지난달 말부터 서울시내 주요 극장가에 ‘A3’에 등장하는 섹시한 여성 캐릭터인 ‘레이안’ 전단지를 뿌리면서 ‘레디안’이 벌써부터 남성 게이머들 사이에 최대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성인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projectA3.com) 방문자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성인들 사이에 성인전용 게임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표현이다.

 또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프리스트’라는 성인대상의 호러게임을 준비하고 있으며 영등위 심의에서 보류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NEG스튜디오도 외산 성인게임인 ‘그랜드테프트오토3’에 대한 국내 유통권을 확보해 놓고 있는 것.

 여기에 최근 스팸메일로 뿌려지고 있는 ‘벗기는 고스톱’도 성인들 사이에서는 인기만점의 게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같은 성인전용 게임은 경제적 능력이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이라 시장성이 높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는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한 아동용 게임이나 상업성이 떨어지는 교육용 게임 등에 비해 게임업체들 입장에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들 업체가 전체이용가를 추구하던 기존의 게임제작 형태에서 벗어나 18세 이상가 등급을 받아 이용자가 제한되더라도 성인전용 게임을 표방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또 최근 들어 게임을 즐기는 성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액토즈소프트가 총 50억원을 투입해 제작중인 ‘A3’는 그래픽이나 음악 등에 최고의 전문가를 동원해 최고급의 영상미와 음악성을 지닌 게임으로 개발하고자하는 고급지향의 성인전용 게임이다. 성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정서를 담겠다는 것이 제작사측의 의도다. 그래서 ‘A3’라는 이름도 Art와 Alive, Attract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그래픽 엑스터시와 현실감에 사실성을 더한 액션, 영웅캐릭터의 매력 극대화를 표현하고자한 것이다.

 따라서 이 게임에는 성적매개체 역할을 하는 양성캐릭터와 사제의 일탈장면을 다룬 퀘스트 및 다양한 갬블링적 요소 등 성인전용게임에만 포함시킬 수 있는 성적표현과 하드코어적인 폭력이 과감히 묘사돼 있다. 특히 액토즈소프트는 등장 캐릭터가 인기를 끈다면 캐릭터 누드집 발간도 고려할 정도로 이 게임을 철저한 성인전용게임으로 기획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액토즈소프트측에서는 “흔히 성인전용 게임이라고 하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A3는 질적 수준을 높임으로써 오직 성인만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있는 ‘프리스트’도 하드코어 호러액션 롤플레잉 게임을 지향하는 성인전용 게임이다. 이 게임은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해 신부와 타락한 천사들의 싸움이 주내용이다. 특히 가톨릭이라는 종교에 대해 도전과 주인공이나 상대편이 모두 악에 기초하고 있으며 음울한 분위기와 잔인하고 폭력적인 액션 등을 담고 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측은 더구나 이 게임의 그래픽감을 살리기 위해 신체절단이나 피가 튀는 전투장면들을 최대한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끔찍하고 쇼킹한 화면도 과감하게 연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성인들의 취향을 만족시켜줄 만한 성인전용 게임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게임이 국내에 정식으로 서비스돼 국내에 진정한 성인전용 게임 시대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性)이나 폭력과 범죄를 소재로한 게임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시행령에는 이같은 내용을 ‘등급분류 예외대상 기준(제7조 제1항)’에 포함시키고 있다. ‘외설적이거나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는 내용 또는 음란한 행위를 묘사하는 내용’ ‘범죄를 정당화하는 내용 또는 범죄수단을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섬세하게 묘사하는 내용’ ‘법의 정당한 집행을 조롱 또는 증오의 대상으로 하는 내용’ ‘신앙·종교의식 등을 조롱 또는 증오의 대상으로 하는 내용’ ‘존속·비속·노인·아동·여성의 학대를 정당화하거나 자살행위를 권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그랜드테프트오토3’가 영등위 심의에서 보류판정을 받은 것도 이 게임의 내용이 게이머가 범죄자가 돼서 자동차를 훔치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나 행인을 공격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다 과도한 폭력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게임을 소개한 한 방송국은 거센 항의를 받았으며 영등위에서도 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차후 18세이용가 등급의 영상물을 방영할 경우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송부하고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을 고시해 놓고 있다.

 이같은 전례에 비춰보면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개발중인 ‘프리스트’도 등급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등급심의 예외대상에 포함되는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또 아직은 성인전용 게임에 청소년들의 접근을 봉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황이라 성인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구축하는 것도 힘든 과제다. 성인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을 청소년들까지 이용하게 된다면 이로 인한 사회적인 물의와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내에 성인전용 게임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이들 게임이 과연 영등위의 심의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느냐는 데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들 업체는 단순히 폭력이나 선정성 등만을 강조함으로써 성인 유저들을 유혹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질을 높임으로써 성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는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과도한 선정성이나 지나친 폭력묘사 등에 대해 절대 관대하지 않다. 과연 이들 업체가 개발중인 게임이 성인전용 게임의 등장을 애타게 기다리는 성인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