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대전>국산 반도체 꿈★을 이루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섰다. 한국이 ‘D램 신화’를 이어가며 메모리 하나만으로도 이미 10년전부터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불투명한 IT경기와 미국·대만·유럽 등 경쟁국의 끊임없는 견제 등 외부요인과 하이닉스 처리 문제 등 내홍이 겹치면서 재도약의 기로에 선 것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은 현재 기진맥진해 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기를 겪으면서 업계는 지칠대로 지쳐 있다. 지난해 몰아닥친 반도체 불황의 태풍은 그야말로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었던 초대형급이었다.

 더욱이 반도체 호황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우세했던 시기에 갑작스레 닥친 태풍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느끼는 체감 충격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에 가까웠다

 128Mb SD램의 가격은 제조원가의 3분의 1도 못되는 90%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 여파로 일본의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자금난에 몰린 하이닉스반도체는 20년간 공들여 쌓은 메모리 사업을 해외에 통째로 매각해야 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반도체 불황의 태풍은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뿌리를 뒤흔들어 놓은 셈이다. 이 태풍의 근원은 세계 정보기술(IT) 경기의 위축에 있다. 특히 미국 경기의 퇴조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

 지난 상반기초엔 메모리 가격이 급등세를 타며 산업 호전 및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낳기도 했지만 학수고대하던 미국발 훈풍은 일지 않았고 반대로 2차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여건이 악화됐다. 불황탈출에 대한 기대감은 흐르는 시간과 함께 퇴색돼가는 듯하다.

 그렇다고 결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현 시점은 불황의 끝자락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전세계 시장조사기관과 시장분석가들의 대부분은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한다.

 늦어도 4분기께에는 크리스마스 및 겨울방학 특수를 앞세워 반도체 특히 메모리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 지난해 반도체업계가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한 점이 공급의 한계를 가져와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급등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결국 불황 터널의 끝은 다가왔고 불황의 골이 깊었던 만큼 호황의 산 또한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도체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면서 관련 장비업체들에도 청신호가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와 공정이 유사한 TFT LCD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이는 관련 장비 및 재료산업의 불황탈출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향후 도래할 호황기에 산업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는 여전히 국내 반도체산업의 딜레마다. 더 이상의 부실을 막기 위해 청산할 수도, 미래의 호황에 대비해 모험수를 둬서 살릴 수도 없는 난제 덩어리로 남아있다.

 하이닉스 문제해결의 열쇠는 반도체 경기회복이다. 연내에라도 반도체 경기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인다면 하이닉스는 회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더뎌지거나 기대수준만큼 회복되지 않는다면 하이닉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의 진로는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계의 성장, 이공계 인력양성의 기반 활성화, 메모리 1위의 국가적 명성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이닉스가 미치는 산업계의 영향은 일시적인 사업의 호·불황에 따라 발생하는 한시적인 영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보다 확실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부, 산업계, 학계, 재계 모두가 반드시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반도체 산업 불황 탈피의 기대감과 하이닉스의 문제로 인한 부담감이 상존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품평회가 열린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회장 이윤우)가 주관하고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 후원으로 열리는 ‘한국반도체산업대전(SEDEX 코리아 2002)’이 바로 그것.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코엑스 3층 대서양관에서 열리는 ‘SEDEX 코리아 2002’는 지난 1년 동안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와 중소장비 및 재료업체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한 데 모아 국내외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소개하는 첨단 기술 및 장비의 경연장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우리나라가 초고집적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만에 맞는 행사라는 점에서 뜻깊다. 코엑스 3층에 가면 그동안 반도체산업계가 소리높여 외쳤던 장비·부품 국산화가 얼마만큼 진전됐는지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점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도체협회와 반도체업계는 이번 전시회가 업계를 위한 단순한 잔치의 차원을 뛰어넘어 국산화에 힘쓰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는 명실상부한 반도체대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인터뷰-이윤우 반도체산업협회장

 “전시참가 업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해외 바이어를 대거 초청한 데다 전시회 폐막 이후에도 언제 어디서나 전시회를 참관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윤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한국반도체산업대전(SEDEX코리아 2002)’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하고 “국내 반도체 관련 제품을 대내외에 적극 홍보해 반도체 산업의 고른 발전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SEDEX코리아 2002 행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소자업체와 반도체 관련장비 및 재료 부문의 중소업체들이 올해 개발완료한 국산화 제품을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국산제품과 외산제품을 비교전시함으로써 향후 신제품 개발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이번 행사는 중국, 대만, 일본 등의 바이어들이 대거 초청되므로 수출확대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반도체 장비 및 재료의 국산화 수준은.

 ▲2001년 기준으로 장비의 국산화율은 16% 수준이며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인 전공정 부문의 국산화율은 7%로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장비 및 소재사업은 물리, 화학, 기계, 재료 등 기초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초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

 -국산화 수준 향상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개발업체 스스로 첨단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반도체산업협회와 같은 지원기관이나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 장비산업의 경쟁력은 번듯한 생산라인이나 공장부지가 아니라 기술력과 인적자원으로부터 나온다. 금융회사의 자금지원 결정시에도 유형적 요소가 아닌 이같은 무형적 요소가 기준이 되는 평가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행사참여 업체수가 감소했다. 그 원인과 해결책은.

 ▲최근 2년간 계속된 반도체 불황으로 관련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사를 경쟁력 있는 제품을 발굴해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전시회 취지를 살려 해외 바이어의 초청규모를 확대하고 세계 주요시장에 대해 언론홍보를 한층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시회 참여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번 행사가 이전 행사에 비해 내용면에서 개선된 점이 있다면.

 ▲올해에는 전시회 개최 이후 처음으로 전시업체들이 희망하는 해외바이어들을 조사해 선정, 협회 차원에서 직접 초청하는 방식을 채택해 실질적인 무역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전시회의 이미지 격상과 전시효과 증대차원에서 개최장소도 서울 학여울역 무역전시장에서 삼성동 코엑스로 옮기는 등 전시회의 환경 개선에도 힘을 기울였다. 반도체 산업경기가 호전과 함께 SEDEX가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전시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질적, 양적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