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업계 `경기회복` 본궤도 올랐나

 전자세트업체들의 주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트업체들이 신학기와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는 연말연시에 맞춰 디지털가전·PC·이동통신 단말기 등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기 위해 관련 부품의 주문량을 늘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호조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동안 경기 위축으로 수요 부진 내지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던 전자부품업계는 가뭄 속에 단비를 맞은 격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그러나 통신장비산업만큼은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주력업종에 따라 전자부품업체들이 느끼는 계절적 특수의 체감도가 제각각인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계절적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섣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시장 호황 조짐은 보이나=산업자원부가 7월 발표한 수출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계절적 특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컴퓨터는 지난해 동기 대비 36.2%(11억1000만달러) 증가하고 무선통신기기는 44.9%(9억8000만달러), 가전은 12.4%(8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대미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자 그동안 세계 경기의 발목을 잡던 미국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되면 경기침체와 비수기로 고군분투한 상반기의 수요 부진을 4분기를 전후로 모두 털어버리고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데스크톱PC·노트북PC·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 정보기기의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7.5%, 1.5%, 3.4%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삼영전자의 한 관계자는 “통상 세트업체의 한달간 주문량을 보고 콘덴서 생산계획을 잡고 있다”며 “지난해 9월 3억5000만개를 생산했는데 이달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8% 가량 증가한 4억5000만개를 생산했다”고 말했다. 대덕GDS의 한 관계자도 “단면 PCB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디지털 가전용 PCB의 수요도 폭증하는 등 매출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대하는 컴퓨터업체들의 주문량 증가로 CD롬 모터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아텍 임종관 사장은 “회사 설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스테핑 모터 1000만개 판매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부품 경기를 설명했다.

 ◇장밋빛 전망에 대한 논란=최근 주문량이 늘고 있으나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중국산 저가제품들이 내수시장에 봇물처럼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따라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중국 부품업체들이 내수시장을 점차 잠식하고 있는 데 대해 업계는 큰 우려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며 세트업체의 단가인하 압력 요구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계절적인 수요 기대감은 일부 업종에만 머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특히 통신장비·산업설비용 커넥터업계는 이동통신 중계기 등의 기반 구축이 이미 완료된 상황에서 저가의 중국산 유입과 과당경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동모터를 제외한 상당수 모터업계도 전방위산업의 설비투자 저조로 계절적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범용 수정진동자업계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업계는 그러나 전반적인 시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데 대해 안도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4분기의 진입을 알리는 9월의 수요 동향은 분명 고무적인 상황”이라면서 “좀더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세트업체들의 움직임은 매우 가파르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