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간 방송중계망 구축을 추진키로 한 것은 평화와 화해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스포츠 제전을 통해 남북이 하나됨을 느끼고 또 이를 바탕으로 동질감을 회복하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우리정부는 아시안게임 개회식 입장이나 응원전서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입장을 정해놓는 등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주력하고 있어 중계 방법과 관계없이 방송 자체는 성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경=북한이 남북장관급 회담을 대비한 실무자회의에서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참가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급진전됐다. 북한의 참여는 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아시안게임을 평화의 제전으로 승화시키고 향후 방송·통신분야의 협력을 기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남북간의 실질적인 협력의 시발점이며, 따라서 남북간 방송중계망 구축을 통해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그 의미를 부여했다.
◇추진방법=북측과 협의는 통일부가 하되 망과 관련된 논의는 정통부와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와 KT측에서 담당한다. 현재 방송중계를 위한 방법으로 외국위성(인탤새트 60도)·무궁화위성·광케이블 전송 등 3가지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위성을 이용한 경우는 지난 99년 9월 평양에서 열린 통일농구대회를 타이콤새트3호가 중계한 적이 있었고, 이후 99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통일농구대회를 인탤새트를 통해 중계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역시 이동위성중계차(SNG) 방식을 이용한 무궁화위성으로 중계했다. 이와 함께 현재 평양에서 통일각간의 광케이블(8∼12코어)이 설치돼 이를 KT의 광케이블과 연결하면 가능하다.
◇걸림돌은 없나=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통일부와 북한측간 협의다. 현재 가능성은 높지만 북한측이 내부사정을 들어 결론을 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는 광케이블의 경우 남북 통일각간 연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다. 케이블 방식이 달라 광중계기나 광단국장치 등을 새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방식이 디지털인지, 아날로그 방식인지 혹은 파장분할 전송방식인지, 주파수 전송방송인지에 따라서 준비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측이 깔아놓은 광케이블의 성능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의외의 걸림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KT측에서는 2.5㎓대의 광케이블을 통일각에서 평양까지 새로 매설하는 방법도 연구중이나 바르셀로나조약 때문에 이것도 가능하지 않다. 위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평양에 위성수신 안테나를 설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인탤새트 위성지구국은 이미 평양 사동에 건설돼 있다.
◇전망=현재 전화 등 일반통신의 경우는 개통이 합의돼 있다. 하지만 방송의 경우는 협의를 진행중이다. 북한측이 생방송을 한다면 위성을 통한 중계방송이 대안이나 녹화방송을 택할 경우 굳이 위성을 통하거나 광케이블을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녹화한 테이프를 방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북한측이 아시안게임 참가를 선언한 이상 녹화방송을 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통부 관계자는 “북측과의 협의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조직위에서도 북측과 접촉하는 만큼 상호간 협의는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위성의 경우 실무적인 준비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남북 양측이 합의하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