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품업계가 고전하는 것과는 달리 2차전지업계는 이동전화·노트북·개인휴대단말기(PDA) 등 모바일시장 확대로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도약기를 맞고 있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은 삼성전자·LG전자 등을 비롯한 거대 이동전화 세트 메이커를 등에 업고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한데다 해외업체를 신규 매출처로 확보, 올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2차전지산업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은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인식, 다양한 지원책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산업 비전과 발전전략’을 수립, 중장기적으로 2차전지산업에 대한 입체적인 지원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내 2차전지산업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산업처럼 국가경제의 확실한 수익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2차전지의 강자 일본과 거대대륙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2차전지 상용화에 성공한 일본이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90%에 이르렀던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수성에 나섰다. 일본은 특히 한국의 급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산요를 제외한 대부분의 셀업체들이 공급가격을 10% 정도 인하했다.
2차전지산업이 국가 기반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셀 생산 위주로 진행돼온 전지산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단기간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셀 제조기술은 일본에 근접했지만 아직 부품·소재·장비 등의 관련기술이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전지연구조합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산업이 축적한 소재기술은 일본의 20∼70%, 부품은 30∼80%, 장비제작은 50∼80%, 전지평가기술은 50∼9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새로운 전지시스템 개발기술의 한계로 향후 2차전지시장의 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재분야의 경우 대부분 경쟁국인 일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단가 인상이나 갑작스런 수급 조절의 경우 국내업체들로서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차세대 신형전지 제조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부족한 것도 국내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 리튬고분자전지기술만 일본의 70%에 수준에 이르렀을 뿐 리튬황고분자전지(리튬설퍼전지) 40%, 아연공기 2차전지 50%, 군용 특수전지 30%, 전력저장용 전지 30%, EV용 전지 30% 등 대부분의 첨단전지기술력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전지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현재 국내 2차전지 관련 연구원들은 불과 380여명에 불과,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2002년은 국내 2차전지산업이 본격적인 도약기로 기록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성장을 거듭하며 일본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력·소재·장비 등 관련 인프라의 개선이 없이는 한순간의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