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등장은 인터넷 중독, 사이버 범죄, 정보소외 등 새로운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는 건전한 IT 문화 건설을 위한 장애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청소년보호대책위원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한 IT 문화 건설을 위한 기반 마련에 심혈을 기울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네티즌이 신고한 인터넷 불건전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핫라인 ‘인터넷119(http://www.internet119.or.kr)’를 개설했고 인터넷의 불법·유해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학부모와 교사 등 정보 이용자의 정보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인터넷 내용 선별 소프트웨어를 공공기관에 보급하고 있다.
이외에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센터는 정보 소외 계층인 장애인·재소자·노인·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을 비롯해 정보생활 촉진 사업과 정보격차 해소 사업, 정보통신 윤리 교육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보호대책위원회도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정보통신 문화 확립을 목표로 음란·폭력 매체 추방사업을 전개 중이다. 영상매체·방송·간행물·정보통신 등 4개 분야로 나눠 전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분야별 민간 전문단체를 선정,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화번호와 e메일 주소를 등록하면 일괄적으로 스팸메일 전송이 차단되는 스팸메일 거부 사이트인 ‘노스팸’(http://www.nospam.go.kr)을 개설, ‘노스팸’에 등록된 전화나 e메일로 광고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경우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과징금은 물론 최고 1년 이내 영업정지나 형사고발 등 강도높은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한편 민간 부분에서도 각종 시민단체와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등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활발한 의견 개진과 함께 적극적인 참여 활동으로 ‘시민에 의한 건전한 IT 문화’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 또 지난 해 출범한 ‘학부모 정보감시단’은 청소년보호위원회와 함께 ‘학부모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전국 각 지역을 돌며 음란물 차단프로그램 설치 방법과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 감시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관련 단체, 시민들이 직접 나서 건전한 IT 문화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아래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나체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한 미술교사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문제의 교사는 ‘음란’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과 비난에 예술과 창작을 내세우며 저항했지만 관계 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홈페이지를 강제로 폐쇄당했다. 홈페이지 강제 폐쇄라는 단호한 조치를 내렸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측은 당시에 학부모와 검찰로부터 문제의 사진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받았고 자체 심의위원들이 문제의 게시물이 음란하다는 데 뜻을 같이해 홈페이지를 폐쇄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법원은 문제가 된 교사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했다. 미술교사의 홈페이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토 및 문화 예술단체의 주장을 통해 음란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 지난 해 12월에는 정부가 청소년 유해물 표시를 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64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및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한 ‘청소년 유해 매체물 유해표시제’에 따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한 달 동안 모두 2248개 업체를 대상으로 유해 표시를 시행할 것을 고시(告示)했다. 이때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적된 일부 업체들의 거친 항의는 물론 시민단체들은 등급제 폐지를 주장, 이같은 조치가 궁극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억압할 소지가 있는 일종의 ‘검열’이라며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반대의 뜻을 강하게 표시했다.
이들 두 사례는 인터넷의 음란물을 비롯한 폭력, 자살 등 유해 콘텐츠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정부 및 관련 단체와 이를 사실상 인터넷 검열에 의한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며 저지에 나선 시민의 충돌로 기억되고 있다. 이는 결국 건전한 IT 문화 건설을 위한 정부와 관련 단체, 시민간의 현실 인식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증으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다.
정부와 관련 단체가 규제와 통제의 칼날을 휘두르기에 앞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회 구성원의 문화적 소양과 기본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와 관련 단체가 기존 권위와 기득권을 버리고 관료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제 구성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감시와 관리 중심의 통제 체제를 떨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처럼 정부와 관련 단체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전에 ‘감시자’로 군림한다면 건전한 정책 수립과 집행은 요원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저항과 반발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책 수립 이전에 발생가능한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이 보유한 지혜와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시민의 역할도 본격적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일부 단체들이 새로운 IT 문화 건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네티즌은 이해 관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이중적 행태를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은 “현재 네티즌 대부분은 소비자로서의 위치에 만족하고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상이한 태도를 보이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며 “네티즌 스스로 정보와 지식의 생산자로 변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때 진정으로 건전한 IT 문화 건설을 위한 중추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와 관련 단체, 시민의 역할을 구분하기에 앞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방법론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사회 제 구성원간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갖춘다면 IT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IT문화 건설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서종길 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문화기획부장
우리나라는 지난 86년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정보화정책을 추진, 세계 수준의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정보화의 선도주자로 발돋움해 왔다. 이 같은 물리적 성장 이면에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버 범죄, 인터넷 중독 및 오·남용, 정보격차 등 정보화 역기능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어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사회문제로 등장한 각종 정보화 관련 부정적 요인과 역기능을 최소화 함은 물론 순기능을 승화, 건전한 신IT문화를 창조 발전시켜 진정한 지식 정보강국으로 태어나기 위한 각계 각층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식기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전한 IT문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의 IT 문화는 정보사회가 지식기반 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치를 창출해 내는 생산적 도구의 문화를 의미한다. 즉 소비적 IT문화를 배척하고 실천적이며 건전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정보문화를 말한다.
지난 15년간 정부의 각종 정보화 추진 정책과 2002년부터 향후 5년동안 추진될 제 3차 정보화촉진기본계획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의 정보강국 위치를 확보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컸다. 이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난 각종 역기능 해소를 위해 정보격차 해소, 정보보호, 정보통신 윤리, 인터넷중독 예방사업 등을 병행 추진해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아울러 신IT문화 조성에 필요한 사업 즉 일반인이 보다 건전하게 정보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도 함께 개발 추진했으면 한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신IT문화가 형성되고 발전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의 대안으로 현 시민사회 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정보사회가 복잡, 다양해진 만큼 이해관계에 따라 무수히 많은 시민 사회단체가 자생적으로 탄생·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자생적 시민사회 단체가 신IT문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동참한다면 건전한 신IT정보문화가 보다 내실있게 확산되어 안정적인 뿌리를 내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IT 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중독, 사이버 폭력, 오락 등 윤리의식 부재 및 황폐화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IT업체의 수익 위주의 성장 추구에 기인하며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언론, 관련 단체의 노력만큼 기업들도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적합한 기업윤리 재정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건전 정보문화 조성에 대한 사업과 캠페인 활동에 동참하고 건강한 IT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중추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바람직한 신IT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심포지엄, 공청회, 토론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건전한 IT문화 조성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며 이런 의미에서 전자신문사에서 ‘신IT문화를 만들자’란 주제를 갖고 각계 각층의 의견을 참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중 기획시리즈는 적절한 시기에 개인은 물론 기업, 정부, 각 단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정보이용자의 인식과 실천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부, 시민 사회단체, IT기업, 언론 등 각 계층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깨끗한 정보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정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여 소비적 정보이용자가 아닌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요구하는 생산적 정보이용자가 되고자 하는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
앞으로 이런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고 생산적 대안이 도출되어 개개인은 물론 각계 각층이 인지하고 동참하고 실천하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순기능을 강화시키고 정보화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부정적 요인과 역기능을 최소화 하기 위한 실천적 ‘신IT문화’ 운동이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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