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발발 1주년을 앞두고 국내 금융권에서 그동안 주춤했던 비즈니스상시운용체계(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도입 움직임이 다시 가시화되고 있다.
제일은행은 5일 모든 업무영역에 비즈니스상시운용체계를 도입키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제일은행은 올 연말까지 재해복구서비스(DRS)와 비즈니스복구서비스(BRS)를 포괄하는 BCP를 도입키로 하고, 컨설팅 수행업체 선정을 위해 최근 SI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제일은행의 이같은 결정은 특히 지난 상반기 중 서울은행이 BCP 도입을 계획하다가 무산된 뒤 금융권에서는 처음 추진되는 것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도입키로 한 BCP는 재해가 발생할 경우 정보시스템 외에 회사경영·고객서비스·영업·기술지원·마케팅·인사·재무 등 모든 업무와 기능을 중단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위기관리 방법론으로 재해복구 시스템보다 범주가 큰 체계다.
제일은행 측은 “재해나 갖가지 사태 발생시 모든 업무 절차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BCP체계를 갖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제일은행은 이달 10일까지 사업제안서를 받고 기술 평가 등을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1단계로 오는 12월까지 3개월 동안 BCP 컨설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일은행은 이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2단계 사업인 미러링(mirroring) 수준의 원격지 재해복구(DR)센터(백업시스템)를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앞서 제일은행은 지난달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로부터 BCP 도입에 대해 승인을 받은데 이어 전담팀을 꾸리고 관련자료 수집과 검토 작업을 벌여 왔다.
제일은행의 BCP 컨설팅 프로젝트에는 현대정보기술·SKC&C·삼성SDS·LGCNS·노틸러스효성·한국IBM 등이 제안서를 받아가는 등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나섰다. 이들 업체는 특히 제일은행 프로젝트를 수주할 경우 향후 다른 금융기관의 BCP 프로젝트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편 제일은행에 이어 서울은행을 합병하는 하나은행을 비롯해 한미은행, 산업은행 등이 잇따라 BCP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이 정보시스템 업무에 한해 BCP컨설팅을 실시키로 하는 등 백업시스템에 나서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