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기대수준관리

 ◆<박규헌 이네트 사장 khpark@enet.co.kr>

옛말에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롤러 베어링은 100년 전에 존 웨슬리 하이어트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대박을 꿈꾸던 하이어트의 기대와는 달리 철도회사들은 화차 바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기름을 잔뜩 먹인 넝마들을 바퀴에 집어넣는 전통적 방식을 고집했다. 결국 하이어트는 도산하고 말았다. 기업들이 자신이 개발한 혁신적인 상품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함으로써 위험관리에 실패한 사례다.

우리나라에 건전한 벤처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것도 적절한 기대수준관리(expectation management)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수준에 대한 실망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 열풍이 한창일 때 시장은 벤처가 금방이라도 황금알을 낳는 것처럼 높은 기대수준을 가졌고, 2∼3년 안에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자 등을 돌리고 있다. 한편, 대다수의 젊은 벤처기업가들은 자신의 경영능력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예상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IT 프로젝트에 대한 고객의 실망도 기대수준관리 실패의 사례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그동안 진행된 IT 프로젝트의 75%에 대해 ‘실패’ 또는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이것은 IT 솔루션과 비즈니스간의 괴리로 설명할 수 있다.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IT 솔루션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IT에 의해 비즈니스의 본질이 훼손되거나 왜곡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것 또한 IT에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준을 가진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솔루션업체들이 고객에 대한 기대수준관리에 실패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벤처기업들도 냉정한 시각에서 투자자와 고객 등을 대상으로 기대수준관리를 해야 한다. 솔루션업체들도 투자수익률(ROI) 분석에 근거한 이익배분(profit sharing)과 같은 방식을 통해 고객에 대한 기대수준관리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기대수준관리를 통해 시장과 시잠참여자간의 틈새가 줄어들고 비즈니스계 전반에 새롭고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