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다. 유통을 해왔으니 계속해서 유통업에 관심이 많지만 전자상가에서는 더 이상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 세운상가에서 가전제품 도매상을 하다 용산전자상가를 거쳐 국제전자센터에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의 자조섞인 말이다.
전자상가 상인들의 누적된 울분이 폭발하고 있다. 수년간 계속된 상가의 매출 부진 속에서 올들어 상가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는 공공사업이 여기저기서 시행되고, 일부 상가에서는 상가 활성화를 둘러싼 내분까지 심화되고 있어 장사할 맛이 안난다는 것이다.
“재래시장의 몰락에 이어 전자상가의 쇠락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용산역 부근의 민자역사 건립과 관련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산 민자역사내 전자전문상가 임대분양 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위원장 강평구)’는 지난달 서울시를 비롯해 총리실 산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건교부, 용산구청 등 12개 정부부처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용산 민자역사를 건립하면서 심각한 교통장애를 유발, 상가를 찾는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으며 이로 인해 특히 용산전자상가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용산상가에서 신용산역 방향의 지하차도를 지나 용산역으로 우회전하는 차선이 아무런 대책없이 폐쇄돼 주변 통행이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며 “탄원서 제출후 주요 기관에서 시정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시정조치 기간 및 해소방안이 명확지 않아 실력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지하차도 외에 상가 전역에 설치된 도로 정체 상황표지판이 유입인구를 크게 떨어뜨리면서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도 상인들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반투위는 주변 시민과 연대해 ‘용산역 교통대란대책시민위원회’를 새로 발족하고 신문 크기의 전단지를 작성, 배포하며 탄원 내용이 조속한 시일내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상인과 주변 시민이 연대해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종로 세운상가도 청계천 복원 사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상인들간에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복원사업이 시작되면 세운상가 건물의 전면적인 개보수 작업이 불가피해 일부 상인은 낙후된 상가 건물과 주변 구역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상인은 불가피한 영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세운상가 상인들은 세운상가시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서울시에 전달했지만 내부적으로 직접 장사를 하는 상인과 실제 상가 소유주간에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국제전자센터는 관리단과 조합에 대한 상인들의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6, 7, 8, 9층 컴퓨터 상인들이 독자적으로 기존 휴무일을 화요일에서 일요일로 변경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는 등 내분이 확산되고 있다.
관리단과 조합측이 휴무일 변경 불가 방침을 통보했으나 컴퓨터층 상인들은 추석 이후부터 독자적으로 일요 휴무제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