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우리의 수출이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부가 민관합동 IT산업 해외진출 추진위원회 회의를 갖고 IT산업 해외진출을 활성화하는 종합 대책인 ‘e실크로드’계획을 마련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디지털 시대 IT산업 활성화 없이는 수출을 늘리기가 어렵고 더욱이 세계 경기의 회복지연과 그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수출엔진인 IT산업의 해외진출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IT산업의 수출실적은 올들어 7월말까지 전년동기 대비 8.5% 증가한 248억달러에 이르렀지만 내용면에선 반도체·이동통신기기·LCD 등 일부 특정 제품 위주로 수출이 이루어졌고 수출거래처도 미국·일본·홍콩 등 몇몇 국가로 편중됐다. IT수출에 대한 금융 및 보험 지원도 상당히 취약해 일반 수출지원금 가운데 IT의 비중은 2.4%에 그치고 중소 IT업체들은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기업들은 제품 수출 및 프로젝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IT분야의 수출촉진은 물론 글로벌 IT코리아로서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관건은 세계 각국이 IT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IT코리아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실천이 관건인 것이다. 정부는 일단 일등상품 발굴 및 육성, IT 신흥 전략국가 진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제 개발, IT기업의 해외진출 지원환경 조성, 세계 IT산업의 기술 및 표준 주도, 세계 정보격차 해소사업을 통한 IT 해외진출 기반조성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급격한 기술발전과 세계 시장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일등상품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있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까지는 CDMA 이동통신기기, TFT LCD, 셋톱박스 등이 일등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2006년까지 5년 동안 모두 50개의 일등상품을 만든다는 전략 아래 조만간 ETRI 산하에 50대 세계 IT 일등상품 선정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안에 성장가능성이 높은 초고속인터넷·디지털TV·시스템통합(SI)·홈네트워킹·게임용SW·인터넷PC방·PDA 등을 10대 일등상품으로 발굴해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성장 유망국가를 IT진출 전략국가로 키워 나가는 일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미국과 일본 등 특정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수출처를 다변화해 대규모 IT 공공프로젝트가 진행중인 동남아시아·러시아·동유럽·중동 등지로 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경제성장과 더불어 소프트트웨어 시장이 연평균 15% 넘게 성장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노력에 따라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KT와 IT중소벤처기업연합회 회원사가 공동으로 중국에 한중IT마케팅법인을 설립하는 일이나 4G·xDSL·무선인터넷플랫폼·IPv6 분야 등 차세대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반영하는 활동도 중요한 일이다. 이번 정책이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한국 IT산업이 지구촌을 누비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