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못 믿을 `실태조사`

 바이오벤처기업의 올해 평균매출액은 얼마일까.

 정부의 공식적인 정답은 51억원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믿는 사람은 몇몇 정부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최근 산자부는 142개 바이오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바이오벤처기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제품 생산 등 매출이 발생하는 성장기에 진입해 올해 51억원의 평균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올해 국내 바이오시장은 7242억원에 달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바이오업계는 “이게 국내 바이오기업의 평균 모습이면 얼마나 좋겠냐”며 현실과 동떨어진 실태조사 결과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창업 4년째인 대다수 바이오벤처기업은 오랜 연구개발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바이오제품의 특성으로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많은 기업이 합병의 길을 택했고 M&A시장에서 바이오벤처기업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바이오벤처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산자부의 조사 결과는 도대체 어떤 업체를 근거로 산출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조사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업체들이 엉터리로 답했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이번 조사를 담당한 정부 측 관계자는 “600여개 바이오벤처업체에 설문을 보냈지만 응답한 곳은 142곳뿐이었다”면서도 “응답한 업체들이 제시한 매출액이어서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며 항변했다.

 결국 정부와 업체 모두 부풀려진 매출액에 대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안이하게 조사를 한 정부나 무성의하게 응답한 업체 모두 이번 조사 결과가 미칠 파장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정부 기관에 의해 발표되는 실태 자료는 국내외 보고서에 인용된다. 현실성과 신뢰성이 없는 자료가 대외적으로 공표돼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의 실태를 송두리째 왜곡할 수 있는 것이다.

 IT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를 이끌 차세대산업인 BT시장은 신뢰성있는 실태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전문조사기관에 의해 믿을 만한 표본모집단을 설정하고 업체들도 양심껏 응답해야 제대로 된 자료가 나올 것이다.

 <산업기술부·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