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우 리 스탠포드대 석좌교수

 “IT산업과 제조산업을 모두 갖고 있는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다. IT를 이용해 생산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 온 많은 한국 기업들에 공급망관리(SCM) 기법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 5일 방한한 하우 리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SCM의 중요성을 기업들에 설파하고 선, 애플, 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자문역할을 수행해 온 SCM 전도사다. 그는 포스코, 삼성, LG, 현대 등 국내 기업의 SCM 수준이 HP나 시스코 등을 능가한다고 밝혀 국내 시장의 가능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하우 리 교수와의 일문일답.

 ―SCM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데 해외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있다면.

 ▲SCM은 기본적으로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된 경영기법이다. IBM의 예를 들면 SCM 도입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10억달러의 재고를 갖고 있던 이 사업부는 SCM 도입 후 첫해에 재고가 25% 감소했다.

 이 결과 서비스 그룹의 1년 예산도 2000만달러가 절감됐으며 서비스 수준도 향상돼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다운됐을 경우 24시간 내에 수리가 완료되는 경우가 90%에서 95%로 호전됐다.

 ―SCM 기법의 원조격인 미국 기업들의 SCM 활용 현황은 어떤가.

 ▲미국의 SCM 시장은 대체로 성숙돼 있는 편이다. 90년대 SCM 개념이 대중적으로 파급되기 시작한 이후 의류(1990), 식품(1993), 전자와 자동차(1995)산업에서 차례로 유행하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하이테크산업과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관리가 경영기법으로 정착돼 있다. 그러나 3년 전만 해도 미국기업들은 IT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기존의 관행을 100% 대체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오산이었고 기업들은 10%씩 IT로 바꿔가면서 90%는 여전히 기존 채널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물류뿐 아니라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SCM을 신경써야 한다. 제품 설계가 SCM에 맞지 않으면 생산, 유통도 어렵다.

 ―SCM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마진이 낮은 산업일수록 도입이 빠르다. 생물산업이나 제약 등 고부가가치산업은 생산비용 절감보다는 제품개발을 통한 수익증대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수익을 누려온 제약업계가 SCM을 도입하게 된 데는 클린턴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실제로 당뇨약 개발로 미국에서 잘 알려진 이라일릴리라는 대표적인 제약업체는 의료보험 개혁 이후 나에게 SCM 컨설팅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 협력업체와의 수요공급 체계를 개선하기도 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