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2022년 ■
2022년 가을. 미국 출장중인 이 부장은 시계를 본다. 오후 2시. 시계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뜬다. 이 부장은 공중에 뜬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클릭’한다. 새벽 6시인 서울 집에서 알람이 울리고 가정용 로봇이 아침을 준비하도록 지시한 다음 자녀들을 깨운다. 자녀들의 방에도 대형 화면이 뜨면서 그는 “얘들아 학교 가야지”라고 말하며 자녀들에게 ‘모닝 키스’를 해준다.
미국 시각 오후 5시. 바이어와의 협상을 마친 이 부장은 커피를 마시며 서울 본사에 있는 회의에 참여한다. 영상 회의를 통해 본사의 지시를 받고 필요한 서류 등을 모바일 기기로 전송받으며 원 과장이 올린 결재도 한번에 해치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같은 상상은 SF영화 속에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상상을 보고 “와! 신기하다”고 감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 우리 생활속에서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으며 10∼20년 뒤에는 정말로 현실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는 단순한 음성전화 수단을 넘어 모든 생활을 작동시키는 종합제어기기가 될 전망이다.
◇원 소스 멀티 디바이스(one source multi device)=미래의 모바일 세상은 단말기의 다양화로 압축된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어떠한 종류의 단말기를 사용하든 간에 동일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PC, PDA, 전화기, TV, 비디오 등 수단이 어떤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현 위치에서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통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유무선의 경계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유선전화, 무선전화라는 말이 없어지고 전화라는 말만 남게 된다. 초고속인터넷이라는 말도 없어지게 된다. 유무선 영역 파괴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경제 도구화=모바일 기기는 각종 디지털 기기의 제어기 역할 외에 통신수단 기능과 함께 경제활동의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기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칩에는 신용카드, 전자화폐 등 경제 활동의 모든 기능이 포함된다. 단말기를 통해 자판기의 커피도 뽑을 수 있고 각종 교통수단의 지불 수단으로 사용된다. 주유소든 백화점이든 간에 모바일 기기 하나면 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 쇼핑에 접속해 모든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료보험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각종 신분증 등도 모바일 기기와 일체화된다. 손바닥안의 기기를 통해 현재 지갑속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은 단말기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맞춤형 단말기 시대=단말기의 형태도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PDA, 핸드세트, 노트북 등을 넘어서 시계, 안경, 목걸이 등 패션 액세서리형으로 단말기의 형태가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에 원하는 기능만 부착, 개인화된 단말기 시대도 점쳐진다. 모바일 기기를 단순히 음성용으로만 사용할 수도 있고 TV와 결제 등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생체 인식형 단말기의 도래를 말하는 이도 있다. 손바닥에 칩 정보를 내장하고 홀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영화에서처럼 어떠한 단말기기 없이도 통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산업 지도가 바뀐다=모바일 세상을 진화는 산업 지도도 새로 그리게 된다. 10년 후 또는 20년 후의 통신사업자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일 뿐 아니라 모든 산업을 연결해주는 매개 산업으로 변신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전 인류가 모바일 통신 기기로 무장하고 모든 산업은 통신을 통해 거래를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와 같은 형태의 유통은 결국 사라지게 되고 통신사업자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금융기관의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의 종언=20년 후에는 ‘모바일’이라는 용어도 소멸할 전망이다. 사무실에서나 집에서나 길거리에서나 선을 찾아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블루투스와 무선랜 등을 활용해 사무실과 집에서 선이 없어지며 대부분의 광대역 서비스도 위성 등을 활용, 주파수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간 대형 통신망을 제외한 분야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은 모두 무선 통신이 될 것이고 결국 ‘모바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