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20년-유비쿼터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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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이 컴퓨터와 만나 디지털로 살아 숨쉰다 ■

사람과 컴퓨터, 그리고 사물이 하나가 되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온다.

 유비쿼터스 세상에서는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인간과 사물 모두 살아있는 인터페이스의 주체가 된다. 생활속의 모든 사물에 컴퓨터와 네트워크 장치가 심어져 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생활혁명이 시작된다.

 유비쿼터스 기능을 탑재한 사물은 스스로 컴퓨터에 접근해(TCI:Thing Computer Interface) 필요한 정보를 직접 요청하고 교환한다. 스마트 전자레인지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조리법을 물어보고 스마트 냉장고는 처음 보는 상품의 적정 온도가 얼마인지를 인터넷으로 문의한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도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피자를 조리하는 스마트 전자레인지는 냉장고에 요리 재료가 충분한지를 물어본 후 냉동된 요리 재료를 녹여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돼지고기에 컴퓨터 칩이 심어지고 이 칩이 스스로 전자레인지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상태로 요리를 한다. 사물 스스로가 생각하고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비쿼터스 기술이 가져올 생활혁명의 진수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손잡이에 장착된 센서는 혈압과 체온 상태를 체크한다. 변기를 통해서는 당뇨 등이 점검된다. 체크 결과는 곧바로 주치의의 단말기에 전달되고 주치의는 원격검진을 받아볼 것을 제안한다. 스마트 센서가 달린 알약은 우리 몸속의 지정된 위치까지 정확하게 약을 운반해준다.

 이미 충전기가 부착된 전동 칫솔이 낯설지 않듯이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무선인터넷 칩을 장착한 스마트 칫솔도 자연스러워진다. 스마트 칫솔은 충치를 발견하자마자 의사에게 연락하고 의사는 스마트 칫솔을 통해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치료한다. 사람과 컴퓨터, 그리고 사물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아침에 제일 바쁜 맞벌이 부부도 더이상 초등학생 자녀의 수업준비물을 챙기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선생님은 학부모 겸용 핸드핼드 단말기로 준비물을 알려주고 아이의 책가방에 부착된 태그는 부족한 물품을 부모에게 통보한다. 부모들는 곧바로 가까운 문방구에 접속해 전자화폐로 계산한 후 아이에게 준비물을 챙겨갈 것을 지시한다.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모든 장소와 사물이 교실이자 학습 교재가 된다. 학습 정보가 직접 학생들을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광화문 앞의 해태상을 지나면 그 속에 심어진 교육용 칩은 학생의 휴대단말기를 통해 해태상의 유래와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화학이나 물리실험 도구에 센서를 부착하면 학생들은 휴대단말기를 통해 실험결과를 확인하고 저장할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주부들은 쇼핑에 앞서 스마트 냉장고가 자신의 단말기에 전달한 부족한 식료품 목록과 필요한 양부터 먼저 파악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언어학습용 장난감 로봇도 내부에 장착된 음성인식 부품이 고장났다는 정보를 보낸다. 주부는 수집한 쇼핑목록을 백화점 고객센터로 전송한 후 직접 자동차를 몰고 회원으로 등록한 백화점으로 향한다.

 백화점으로 가는 도중 텔레매틱스 단말기로부터 교통사고로 인한 도로정체가 있으니 우회도로를 이용할 것을 조언받는다. 우회도로에 새로 생긴 채소가게가 강원도 무공해 농산물을 팔고 있다는 정보를 지역공동체 네트워크로부터 수신받는다.

 백화점에 도착하면 무선(RFID-태그) 인식기가 부착된 쇼핑카트를 이용해 상품의 원산지·가격·보존기한·조리방법 등을 알아낸다. 자신이 선호하는 같은 종류의 다른 상품이 어디에 진열돼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쇼핑카트에 상품을 담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져 계산대에 줄을 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사물 스스로가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먼 미래 얘기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물들끼리의 연결은 이미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교통카드로 버스를 타거나 전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카드 속에 식재된 정보는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센서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 순간 교통카드는 전자공간으로부터 충전받은 금액을 지불한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현금출납기는 신용카드에 들어있는 전자공간상의 정보를 물리공간의 현금으로 전환시킨다.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 오게 되는 것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스마트 홈& 유치원 ■

건강에 늘 자신있던 K씨의 자동차 열쇠고리에는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센서가 장착돼 있다. 최근 지속적인 업무 스트레스로 머리가 종종 아팠던 K씨는 어느날 자신의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K씨의 혈압을 측정해 저장한 데이터가 3회 이상 정상치를 크게 넘어섰고 그 데이터는 K씨의 PDA에 전송돼 주치의를 한번 만나볼 것을 권하고 있다. 덕분에 K씨는 고혈압 증세를 빠르게 조치해 병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자신도 알지 못하게(calm)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결코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지난 2000년 9월, 미국 오리건주 밀워키의 한적한 숲 속에는 열두 가정의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엘리트 케어라는 스마트 홈이 설립됐다. 엘리트 케어는 다양한 유비쿼터스 기술을 채용해 노인이 최대한 자유롭고 가족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철저한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엘리트 케어에는 노인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들이 곳곳에 장착됐다. 이들 센서는 늦은 시간에 잠에서 깬 노인을 위해 자동으로 화장실 불을 켜거나 깨어 있는 동안 노인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간호원들은 센서를 이용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발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노인의 건강상태와 약물투약상태 등에 대한 기록을 관찰할 수 있다.

 노인들은 작은 위치추적 배지를 부착하고 다닌다. 엘리트 케어 곳곳에 심어진 센서들은 노인의 배지를 계속 추적해 의식상실 증세가 있거나 방향감각을 잃고 배회하는 노인을 발견한다. 배지를 부착한 채로 감지영역을 이탈하면 경고음이 울려 간호원에게 알린다. 또 노인의 개별 침대에는 몸무게 측정 센서가 내장돼 있어 몸무게 변화뿐 아니라 수면중의 몸부림과 같은 움직임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 공간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는 유비쿼터스 센서들로 인해 노인들은 자립심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말년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

 학생·교사·학부모·교육행정시스템·학습도구·사물을 하나로 연결하는 유비쿼터스 교육시대도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실제로 미국 UCLA 대학의 ‘스마트 유치원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이 활용됐다.

 무선인식기술로 아동이나 장난감의 이름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아이들이 단 배지와 센서네트워크는 지니 기반 기술을 통해 연결된다. 센서기술과 상황인식을 통해 원아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상호작용의 특성, 행동감지와 동태적인 변화도 추적한다. 자동화된 데이터마이닝 기술을 통해서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분석·추론한다. 이를 통해 원아들이 어떻게 말을 배우고, 장난감을 어떻게 활용하면서 학습하며, 원아들간 또는 원아들과 선생님간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그것이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란? ■

유비쿼터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라는 뜻이다. 물이나 공기처럼 도처에 편재한 자연상태를 의미한다. 유비쿼터스 개념은 지난 88년 제록스 팰러앨토연구소(PARC) 마크 와이저가 처음 제시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그 효시다.

 유비쿼터스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실세계의 각종 사물과 환경 전반(물리공간)에 컴퓨터를 장착하되 사용자에게 컴퓨터의 겉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환경내에 효과적으로 심어지고 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용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컴퓨터(작고 대상에 맞는 특수한 기능을 보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IT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유비쿼터스화는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컵·화분·자동차·벽·교실이나 사람들이 지니고 다니는 옷·안경·신발·시계 등 모든 사물에 다양한 기능을 갖는 컴퓨터 장치를 심고 이들을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기능적·공간적으로 사람과 컴퓨터, 그리고 사물은 하나로 연결되고 이들간에 자유롭게 정보가 흘러다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연결이고 이렇게 연결된 무한한 공간이 바로 유비쿼터스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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