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 경쟁>(중)대의명분과 현실성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교차한다. 이동통신사를 정점으로 위계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시장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해외업체 견제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옹호론과 시장을 무시한 표준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맞서고 있다.

 우선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를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표준화를 통해 이통사에 종속적인 무선인터넷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통사들은 독자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업체(CP)는 물론 무선인터넷망 개방 이후 시장 진입을 노리는 포털업체들을 자신의 발아래에 묶어둘 수 있다. 콘텐츠 제작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 규격 개방의 수위조절을 통해 CP나 포털업체들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통사별로 각기 다른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다보니 단말기업체나 콘텐츠업체들의 중복개발 부담도 크다.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는 퀄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공룡기업들에 대한 견제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피가 국내 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해외업체들은 국내 표준을 따르지 않는 한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가 산업발전에 도움될 것이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표시하는 진영에서도 해외업체들의 국내시장 장악을 막거나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갖는다는데 대해서는 동의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칩에서 플랫폼에 이르는 퀄컴의 수직적 독점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독과점 폐해를 막을 대안은 표준화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을 주도하려면 무선인터넷플랫폼과 같은 기반 기술분야에서 표준을 주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 표준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지적하는 위피의 가장 큰 맹점은 기술개발의 추진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위피는 이통3사가 참여하고 있는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을 통해 현재 규격초안이 만들어졌다. 시장환경의 변화에 맞게 앞으로도 새로운 규격을 계속 추가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첨예한 경쟁관계에 있는 이통 3사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표준화 작업을 순조롭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표준화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해외업체 견제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무선인터넷플랫폼 시장은 그야말로 전망이 힘들 만큼 급변하고 있다. 만약 이런 시장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이 등장했을 때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표준을 고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국가표준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도 변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퀄컴 등 자국업체의 이해를 대변해 우리 정부에 무선인터넷플랫폼에 대한 시장개입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경우 플랫폼을 표준화할 경우 시장경쟁 요소가 사라진다는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이 차세대 수익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플랫폼의 경쟁우위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및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