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잠재악재로 투자심리 꽁꽁

 9·11테러 1주년이 다가오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이에 따른 부담감이 주식 시장에도 확대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이 뽑은 이번주 국내 증시의 양대 화두는 12일 예정된 트리플위칭데이와 테러 및 전쟁의 재발 가능성이다. 이 가운데 트리플위칭데이는 이미 예고됐고 최근 몇 달간 큰 충격없이 지나왔다는 점에서 큰 불안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9·11테러 1주년과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등은 정확한 발생시기나 지속기간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도 잠재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주말 미 증시의 급반등으로 상승으로 출발했던 국내 증시는 9일 700선이 무너지며 697.89로 마감됐고 코스닥시장은 전저점인 53.66으로 장을 마쳤다.

 실제 전쟁보다 전쟁의 가능성이 오히려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성호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9·11테러 1주년, 전쟁발발 우려감 등으로 투자심리가 상당히 약화된 상태”라며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인 악재를 안고 있어 당분간 의미있는 시장의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전쟁을 가정한다면 미국과 국내 증시는 물론 전세계 증시의 일시 쇼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와 금값 등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중동 지역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지역 매출 비중이 35%대인 휴맥스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국내 IT기업 가운데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수 굿모닝신한증권 수석 연구원은 “유가 인상은 기업들에 원가 상승을 유발하며 전쟁이 실제 발발한다면 물류 비용의 증가와 수출 물량의 취소 등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전쟁 기간이 관건이지만 심리적 요인에 의한 주가하락 이외에 기업의 수익성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 등의 외부 변수에 의한 주가급락은 오히려 저점의 조기 발견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외부 쇼크에 의한 주가급락은 조기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던 예를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주가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외생 변수에 의해 일시 충격이 있다면 주식시장의 바닥을 논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전쟁이 발발한다면 V자 형태의 ‘급락 후 급등’의 주가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최근 며칠간 시장에서 일시 관심을 끌었던 일명 ‘전쟁 수혜주’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단기 수급상의 관심일 뿐 실제 수익성 개선 등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관심을 끌었던 군용 통신장비업체인 테크메이트와 방독면 재료업체인 해룡실리콘, 흥구석유와 영풍산업·현대상사 등 석유자원 및 금광 관련주들은 모두 급등 후 급락세로 돌변했던 경험이 있다. 해외 수출이 거의 없는 국내 보안주들에 전쟁과 관련한 ‘해킹방지’ 등의 기대를 건다는 것도 무리라는 평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