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주년` IT산업의 명암>(2)보안·백업시스템 분야 산업 중심부로 떠올라

 테러 직후 투자업체 모건스탠리가 취한 행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세계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계무역센터(WTC) 붕괴로 입주업체들의 데이터가 대부분 유실됐음에도 모건스탠리는 발빠르게 데이터를 백업, 피해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건물이 파괴되고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모건스탠리는 초고속망을 통해 데이터를 백업센터로 전송했다. 전세계 닷컴열풍을 주도해온 업체로서 명성에 걸맞은 준비성이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감탄했고 이후 모건스탠리의 대고객 신뢰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처럼 테러 이후 세계 산업계, 특히 IT업계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IT분야에서는 데이터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면서 각종 재난에 대비,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백업 및 재해복구(DR) 시스템업체들이 산업의 중심부로 바싹 다가섰다. 테러 직후 최악의 경제전망 속에서도 이들 분야 업체의 매출이 크게 상승했고 이러한 추세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보안부문 역시 테러를 계기로 중요성이 부각됐다. 미국 정부는 정보기술(IT)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IT부문 지출을 늘려가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보안부문에 집중됐다. 특히 테러 이전에는 스마트카드나 방화벽 등 일반적인 분야에 그쳤지만 9·11 이후에는 사이버테러를 우려해 데이터 보안 등 정보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일반 기업 사이에서 전산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고, 테러가 미국의 정보망을 비롯해 보안검색, 관제탑 모니터링 시스템을 뚫고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네트워크 보안분야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테러를 계기로 물리적 보안에 투입된 금액은 수천만달러로 추산됐다. 물리적 테러 대비용으로는 지문·정맥·홍채 등 생체인식 제품이 각광을 받았다. 이 시장은 올해 7억3000만달러에서 2003년 10억5000만달러, 2004년 14억5000만달러, 2005년에는 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출입을 감시하는 폐쇄회로TV(CCTV)를 대체하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도 성장품목으로 급부상했다.

 일반 기업들이 출장을 줄이면서 비디오 콘퍼런싱 솔루션도 인기를 끌었다. 테러 후 많은 업체들이 전략회의를 인터넷 영상회의로 전환했다. 인터넷 영상회의는 안전확보는 물론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안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영상회의 시스템은 물론 서비스 시장도 연 100∼200%씩 확대돼 시스템 시장이 지난 2000년 3억7500만달러에서 오는 2005년에는 12억달러로, 서비스 시장이 2003년 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테러와 보복전쟁이 뒤이으면서 방위산업과 관련한 IT분야가 호황을 누렸다. 첨단 무기들이 IT로 무장하면서 IT엔지니어들의 일자리가 늘어나 불황을 겪고 있는 IT업계에 숨통을 터주기도 했다. 이밖에 WTC의 컴퓨터·통신장비 등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총 158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관련업체들이 ‘남의 불행을 딛고’ 호황을 누렸다. 또 탄저병 등 화학테러 위협과 함께 온라인 쇼핑도 크게 늘었다.

 반면 온라인 여행사이트들은 철퇴를 맞았다. 테러 이후 비행기 이용기피 추세가 늘면서 항공사 사이트의 항공권 예약은 테러 이전에 비해 4분의 3 가까이 급감했다. 또 연관을 맺고 있는 호텔예약, 자동차 렌털 등의 분야도 낙진을 맞았고 이는 가뜩이나 불황인 세계 항공업계 재편으로까지 이어졌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