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사업자가 산업발전을 위해 내는 출연금이 도마위에 올랐다. 출연금 납부과정에서 특정 사업자가 매출액을 대거 축소 신고한 게 뒤늦게 밝혀졌으며 걷은 출연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출연금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출연금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더욱 명료한 제도운영을 위해선 그간의 잘잘못을 다시 따져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출연금 제대로 내면 바보?= 9일 민주당 박상희 의원은 SK텔레콤이 권고출연금의 부과 기준인 추정 매출액을 축소 신고해 허가출연금을 내는 KTF나 LG텔레콤과 같은 동종 사업자와 권고출연금을 내는 KT 등 기간사업자에 비해 출연금을 적게 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측은 조사자료를 근거로 “SK텔레콤이 지난 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정통부에 제출한 추정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차이는 11조5762억원으로 1%만 부과해도 1157억원의 출연금이 덜 걷혔다”고 밝혔다. 2001년의 경우 SK텔레콤의 실제 매출액과 추정 매출액의 차이는 3조8777억원에 이르며 이로 인해 387억7000만원의 출연금이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KT 역시 추정 매출액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했으나 축소폭이 SK텔레콤에 비해 적으며 KT의 매출이 SK텔레콤 매출의 2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의 매출신고 축소가 지나쳤다는 결론이다.
◇궁색한 해명=정통부의 노준형 정보통신정책국장은 “그간 권고출연금 제도에서 SK텔레콤이 KT에 비해 적게 납부한 것은 사실이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당시 공기업이었던 KT가 더 많이 납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 국장은 또 “추정매출액을 줄여 신고했으나 실제 권고출연금 납부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먼저 출연금 규모를 정해놓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을 뿐 의도적으로 SK텔레콤의 출연금을 적게 받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도 “추정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차이는 접속료 등 사후 정산하는 금액 등이 불확실해 추정 매출액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며 권고출연금 외에도 대학 등에 수천억원의 출연금을 내왔기 때문에 특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매출축소에 대한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또 정통부 역시 그간 뚜렷한 잣대없이 출연금 규모를 정한 것으로 확인돼 정책집행기관으로서의 위신이 추락했다. 특히 정통부는 그간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업체별 출연금 규모와 신고 매출액을 밝히지 않은 것이 이러한 비판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출연금 운영도 문제=출연금 운영은 더 큰 문제다. 연구개발기금과 같은 IT산업 발전을 위해 걷는 출연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는 등 문제투성이다.
지난 2월 감사원 감사에서 출연금 등으로 이뤄진 정보화촉진기금이 정보화사업과 무관하게 쓰인 것이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정보화촉진기금 가운데 711억원이 산하단체의 건물매입 등으로 기금 출연 목적과 다르게 쓰였다고 지적하고 정통부에 시정을 지시했다.
김영춘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약 올해 약 2000억원 가량의 전파사용료가 본래 목적인 ‘전파진흥’에 활용되지 않고 산하기관의 경상운영비나 사업비로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정통부는 본연의 사용 여부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가 있으며 정보화촉진기금의 경우 기획예산처에 기금관리국 신설 등 개선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출연금 등 기금의 전용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에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어 전반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통신사업자의 임원은 “가뜩이나 출연금 등 정부에 내야 할 기금을 줄이고 싶은데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제대로 모른다면 더욱 내기 싫어질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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