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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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황사`가 불어닥친다 ■

최근 중국경제는 지난 78년말부터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97년 이후 아시아 각국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중국의 위상은 오히려 크게 강화됐다.

 중국경제는 거대한 내수시장 존재, 일관된 국가전략과 지도층의 리더십, 막강한 중화경제권의 화교 네트워크와 화교자본을 무기로 앞으로도 7∼8%의 안정적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사회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10차 5개년 계획기간인 2005년까지 연평균 7.8%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WTO가입, 2008년 올림픽 유치 등이 경제발전 및 산업구조 고도화는 중국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던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로치는 “중국은 강력한 개발성공 사례이자 아시아와 세계경제의 오아시스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21세기 경제 및 투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기회이면서 위협요인이 된다.

 시장확대와 신산업 부상으로 수출과 투자기회가 확대되겠지만 중국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로 국내 한계산업의 퇴출은 가속화될 것이다. 당연히 한국경제는 현재 위상을 지키고 세계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각심을 갖고서 중국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전통 제조업에서 세계 상위권의 기반을 갖췄으며 이제 신산업 육성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 시장에 진입했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산업분야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기계, 전자, 유화, 자동차, 건설 등의 전통산업을 주축으로 성장해 오면서 정보통신, 신소재, 생명공학, 우주항공, IT 산업 등 최첨단산업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대두된 지 오래다. TV, 에어컨, 세탁기 분야에서도 이미 세계 1위의 자리를 굳혔고, 우리의 주 수출시장이던 미국과 일본에서는 우리제품이 중국제품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나아가 미국, 유럽 및 일본의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펼치는 치열한 경쟁의 벽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선진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돌입하는 이유는 역시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중국 내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10년경에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전자 등 이동전화 3대 메이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시스템은 IBM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반도체는 필립스, 벨, 모토로라, NEC 등이 선두를 점했다. 선진 기업들이 진출 가속화와 중국정부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IT산업을 포함한 중국의 첨단 시장과 중국기업의 기술축적은 급속도로 팽창할 전망이다.

 중국은 범용기술, 중저가 분야에서 이미 한국의 경쟁력을 추월했다. 일부 중화학 공업과 고부가가치 분야는 앞으로 5년이면 우리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기타 상당 부문의 주력산업도 10년 내에 한국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우월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마저 중국이 곧 추월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향후 10년 이내에 단순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경쟁력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농후한 현 시점에서 철저한 사전 대응과 기술력 제고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국기업과 한국경제의 생존은 어디에서도 담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하다.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동안 중국은 산업육성과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해 왔다. 국유기업의 통합 재편과정을 통해 거대기업들이 출현했고 조선, 철강 등의 제조업과 항공, 미디어 등 외국기업의 진입을 규제해 오던 기간산업의 육성에도 힘써 왔다.

 이처럼 국영기업의 통합과 재편을 급속히 추진하는 이유는 WTO에 가입하기 전에 경영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해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설비를 보강하고, 중국진출을 꾀하는 선진기업과 제휴를 시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엄청난 실업자 양산이라는 정치·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체질개선을 통해 일부 기업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에 있어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정보통신그룹으로 발돋움한 중국 내 최대의 컴퓨터 제조회사 ‘롄상그룹(Legend Group)’을 들 수 있다. 이 기업은 이미 지난 2000년 세계 100대 첨단 정보통신기술 기업 평가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한 바 있다.

 이제 중국기업은 계획경제가 아닌 적자생존의 자본주의경제에서 철저히 서구식 경영과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이는 각우수 기업체의 대표이사들도 고학력의 젊은 경영자들과 해외 유학을 거친 실력파들이 장악해 나가고 있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중국의 발전상을 목도하고 있는 현재 우리의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중국시장은 현재도 미래에도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부분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방법이나 생각만으로 중국과 경쟁하기에는 벅차기만 하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대책으로 우리에게 적합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우수 기업들을 유치하고 자국내의 기업들을 적극 육성해 왔고, 그 결과 세계시장 곳곳에서 우리의 시장을 잠식해 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으니 중국에 잠시 멈추고 기다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중국경제의 부상에 따른 치밀한 대응전략을 하루 속히 수립해야 한다.

 <홍기범기자>

■中경제 전망과 대응-정상은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사진) ■

중국은 향후 20년간 고속성장을 지속하여 미국, EU에 버금가는 거대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 시기와 2001년의 전세계적인 불황국면에도 중국만이 7% 이상의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면서 예견돼온 사실이다. 특히 WTO 가입은 중국이 변방국가에서 글로벌 경제의 핵심국가가 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중국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는 않다. 국유기업 및 금융기관 부실, 지역간·도농간 소득격차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최소한 중국경제에 있어서 치명적인 것들이 아니다.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으며 중국정부가 해결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개혁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요인에 의한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달리 급작스러운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좋다.

 거대한 내수시장, 일관된 국가전략, 지도층의 강력한 리더십과 개혁 의지, 막강한 화교 네트워크와 화교자본은 중국경제가 향후에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주요 근거다. 대부분의 경제예측 기관들도 중국경제가 향후 10∼20년간 7∼8%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고성장의 동력이 대외요인이 아닌 내수증가, 정부투자 확대, 대규모 개발 등 국내 요인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성장이 갑자기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중국경제의 도약에 최근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경제가 한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우리의 최대 투자대상국이자 2대 수출국가가 되었다. 중국경제가 지금과 비슷한 속도로 발전을 지속해 가면 우리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해질 것이다. 내수시장이 협소한 우리경제의 활로는 결국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우리의 경쟁력 수준이나 지리적·문화적 근접성, 수출대상국의 구매력·잠재성 등을 고려하면 중국은 가장 유망한 시장이다. 또한 중국 전역에 ‘한국상품 전문점’이 자생적으로 생긴 것에서 보듯이 중국은 우리제품들이 제값 받고 진출할 수 있는 흔치 않은 큰 시장이다.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경제의 성장 속도와 질이 결정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한국경제에 위협요소로 작용하는 면도 있으나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발전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은 다국적기업의 유치와 자체기업의 육성으로 대부분 산업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우리 영역을 잠식했으나 대신 우리에게 미국에 버금가는 큰 시장과 거대경제권의 핵심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향후 수십년간 지속될 장기 추세로 70년대의 중동 붐, 90년대의 동남아 붐과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은 세계경제 주도권을 놓고서 유럽, 미국과 다투는 중요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핵심 경제권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상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향후 한중 경제교류는 과거와 같이 우리가 주도권을 쥐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일방적인 중국시장 진출이 아닌 ‘윈윈’ 원칙에 입각한 장기적인 협력과 교류를 추진하지 않으면 조만간 다가올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경제권에서 우리는 변방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중국시장 이렇게 뚫어라 ■

한국기업들이 그동안 언어와 지리적 인접성을 무기로 화북권에 투자를 집중했지만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한 반면, 대만기업들은 화둥권의 상하이 지역에 약 40만명, 화난권의 홍콩을 중심으로 약 20만명 등 총 70만명의 기업인이 중국에 상주하면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이들 대만기업의 대륙투자는 지난 2000년도 말 현재 30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광둥성에 34.6%, 화둥지역(장쑤, 상하이, 저장성 포함) 35.8%, 푸젠성 11.2%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은 경제성 위주의 투자를 시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중국내 4대 경제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산업 배치와 진출 전략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앞으로 약 10년간 중국의 산업정책은 기계·전자·유화·자동차·건축 산업 등 전통적 산업을 주축으로 성장하고, 통신·생명공학·전자·신소재·핵물리·우주 항공·해양 등 신산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들 분야에서 과거 우리의 고도성장 경험 등을 살려 이 지역에 대한 활발한 진출을 이뤄낼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내수시장의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은 물론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급인력의 활용 등을 적용한다면 우리에게 중국시장은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 될 것이다.

 또한 중국도 우리와 같이 인적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여 가급적 중국 내 인사들과의 네트워킹을 잘 조성하고 유지하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정학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작은 나라로서의 체면과 허세보다는 철저한 국가이익과 경제이익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유행과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항상 열려있는 유연한 마음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과의 한판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열쇠가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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