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키워드 이렇게 준비하라

 ■`성장모델` 찾는 선구안 키워라 ■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에서 서비스로, PC에서 포스트PC로 새로운 성장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성장전략은 기존 사업구조에 안주하지 말고, 잘될 때일수록 다음 10년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적인 대응에 급급한 나머지 글로벌 경제와 디지털 경제에 맞는 중장기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성장모델이 어떻게 전환되고,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의 미래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한국으로서는 향후 10년, 20년 후의 장기적인 플랜을 반드시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현실에서 20년 후의 일을 관측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향후 20년의 모습은 현재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가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때문에 중국, 글로벌과 로컬, 모바일, 벤처, 융합이라는 향후 20년의 키워드는 현재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준비에 가치를 둬야 할 것이다.

 ◇중국=중국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미국 기업과 그렇지 못한 일본 기업의 차이는 각 기업이 사용하는 용어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미국 기업은 ‘중국 거대시장에 진출’ ‘현지 기술인력 양성’ ‘중국기업과의 장기적 제휴’ 등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일본 기업은 ‘수출기지’ ‘토지 및 저임노동력 이용’, ‘정책적인 우대조치 획득’ 등을 강조해왔다.

 중국을 복합소비시장으로 보는가 아니면 단순생산기지로 보는가에 따라 오늘날 중국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한국 기업 혹은 정부도 이 같은 교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전략의 큰 구도 아래 중국 관련 사업의 비중을 키우고 핵심인재 육성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글로벌과 로컬=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지만 세계 경제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세계화는 중단되지 않고 일부 핵심 성장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화와 블록화의 얼굴을 통해 진전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자주의적 세계화를 중시하되 지역 협력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세계화의 부작용인 외환위기 과정에서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의 외국인 직접 유치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세계화 과정에서 정부의 세심한 모니터링도 필수적이다. 세계 경제가 통합돼 가면서 초국적 기관의 강화, 다국적 기업의 등장, 주변국가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한 국민·국가의 권한과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화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이 도덕적 해이를 통해 세계화의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모바일=이제는 거리를 걸으며 무선인터넷에 접속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흐름은 인터넷과 e비즈, 무선이 결합된 모바일시대가 눈앞에 닥쳤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비즈니스는 끊임없이 진화했다. 80년대 초 시스템 통합 개념이 비즈니스에 도입된 후 자동화와 함께 ‘규모의 경제’ ‘공급경제’ 등이 산업 전반에 확산됐다. 이는 90년 초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였던 마이클 해머의 리엔지니어링으로 대표되는 업무재통합(BPR)과 비즈니스통합으로 이어졌으며, 93년 혜성처럼 나타난 인터넷은 이를 e비즈니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어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인터넷과 e비즈니스에 무선과 통신이 결합된 모바일 비즈니스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인 IDC와 포레스터리서치·가트너 등은 모두 2003년을 본격적인 모바일 비즈니스, 즉 m비즈니스시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산업군 중 하나이던 IT가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역사적 순간이 온 것이다.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테마이자 패러다임으로서의 IT는 경제사회 인프라로서 네트워크와 각 기반시설을 완료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과정이다. 그간의 투자가 망이나 장비 구축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수익과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환기다. 이어 그 방향은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각 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길목을 지키는 것이 최선인 시점이 된 것이다.

 ◇벤처=정부의 벤처 육성을 양 위주에서 질적 고도화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스타벤처를 키우고 클러스터 형성을 촉진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 산업기술의 발전 방향을 감안해 IT벤처를 주력으로 육성하고 바이오·환경·나노 등 미래분야에는 장기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벤처육성정책도 기술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도 필수요소 중 하나다. 대기업·외국기업·전통중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돼야 벤처도 뻗어나갈 수 있다. 대기업을 규제한다고 해서 벤처기업이 육성되는 것은 아니며 벤처를 보호·지원하게 되면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제도·문화를 전반적으로 혁신해 벤처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융합=디지털 컨버전스의 개념은 향후 기술 및 제품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실현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즉 다양한 기능을 가진 컨버전스 기기가 속속 등장하며, 이런 컨버전스 제품들은 기존 제품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모든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완전융합제품이 출시돼 현재의 통신·가전·정보기기시장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기업은 디지털 컨버전스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자 추구해야 할 기술적 비전으로 삼아 전사 전략에 반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향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완전융합제품을 가장 먼저 제시하거나 하드웨어·서비스·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것이 디지털로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 발맞춰 하드웨어·서비스·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비즈니스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잃어버린 10년, 일본의 교훈 ■

일본 경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잃어버린 10년’이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은 10년간 3차례의 경제위기가 계속 됐다. 지난 92년부터 3년간 제로성장이 지속되자 일본은 총 44조엔의 재정자금을 투입해 경기부양을 도모했으며, 95년 경기부양효과가 미미하자 엔저로 불황 탈출을 시도했다.

 이런 엔저정책과 미국의 ‘강한 달러’가 맞물려 일본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고무된 하시모토 정권은 97년 소비세를 인상,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98년 아시아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다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불황 탈출을 위해 또다시 58조엔의 경기부양책과 60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마이너스성장을 모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들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 번째 경제 위기를 맞았다.

 이 같은 10년간의 위기 반복은 문제들을 미온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장기불황을 경기부양·엔저 등 미봉책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효과가 없었으며 여건이 조금만 악화돼도 위기가 다시 표면화됐다. 10년간의 문제 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소진됐으며 위기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 같은 장기불황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될 대목이다.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가운데 당시의 패션을 따라서는 앞으로의 경쟁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기고:세계화의 명제-조덕운 매크로비즈니스네트워크 사장 ■

세계화(글로벌화)의 명제를 놓고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은 혼돈과 고민이 많다. 우선 세계화가 우리 기업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그리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글로벌 세계에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우리는 밤새 지구 건너편의 증권시장 현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 정치·사회·기술 각 분야의 주요 관심사항이 6시간 이내 시차를 두고 전달되고 있다. 이런 매크로한 환경 변화에 관한 정보가 물론 중요하며, 그런 변화가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관해 CEO는 자주 생각하게 된다.

 첫째, 우리 기업이 로컬 비즈니스에 국한할 것인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벌일 것인가의 질문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그 제품의 로컬 및 글로벌시장 현황에 따라 해답이 얻어질 수 있겠다. 한 제품에 대한 시장성숙도와 반응 패턴이 나라나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휴대폰 구매 패턴에 있어서 인구 밀도 및 국토의 크기, 문화적 차이, 휴대폰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 등의 차이로 시장성숙 시기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 휴대폰 시장이 시기는 다르지만 급성장할 것은 분명하므로 삼성과 LG가 이 제품을 글로벌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대단히 현명하다.

 때에 따라서는 로컬마켓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시험하면서 자금력을 쌓고 글로벌마켓으로 진출하는 보수적인 전략도 있다. 반면 로컬마켓의 제한성 안에서 경쟁사들과 싸우는 것을 시간낭비로 여기고 글로벌마켓으로 바로 진출하는 용감한 기업도 여럿 있다. 어떤 전략을 따르느냐는 역시 로컬 및 글로벌마켓에서 그 제품이 차지하는 상대적 위치에 대한 면밀한 검토 위에 선택돼야 할 것이다.

 둘째 질문, 글로벌마켓으로의 진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때로는 막막한 경우가 많다. 우선 KOTRA·중진공·중기청 등 정부기관, 그리고 관련 협회의 도움과 정보를 활용해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대한 기본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진출 여부 및 시기에 대한 결심이 서고 나면 글로벌 네트워킹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스스로 출장을 자주 가거나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보다 현지의 파트너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국내 회사를 통해 현지 시장에 대한 정밀조사, 마케팅 및 세일즈 계획 작성 등을 맡긴다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시행착오를 면하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실제 진출해서도 한두 명의 소수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 따라서 현지에 수립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개인적 인맥보다 위험이 적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컨설팅 수수료가 아까운 듯하지만 원시적으로 보면 큰 도움을 얻게 된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실력있는 컨설팅사를 식별하는 일도 주위에 있는 전문인들의 조언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마켓으로 진출하고 있는 현상을 볼 때 마치 신라의 장보고와 많은 상인이 중국에 진출해 신라방을 형성한 전통이 오늘날 훨씬 큰 규모로 부활한 것으로 생각돼 무척 고무적이다. 바야흐로 오늘날에는 세계시장을 모르고는 기업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거꾸로 보면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우리 기업의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그만큼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다. 이런 한국인의 진취적 정신은 글로벌시장 곳곳에 현대적 신라방을 형성하게 될 것이며 한국 기술, 한국 경영의 파급효과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 ‘오-코리아’라는 연호가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기업끼리 서로 제살깎기 경쟁을 하거나 우리끼리만 끼고 도는 소견 좁은 국수주의적 기업 행태 등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다. 이제는 월드컵 4강 국가, 세계 경제 11위 국가에 걸맞게 우리 기업끼리 서로 협업하는 자세, 그리고 해외 기업들과도 ‘윈윈’하는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리더 역할을 하는 능동적인 자세로 글로벌시장에 활발히 진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