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IT한국의 도전과 선택

 “과거 25년이 디지털의 도움닫기 기간이었다면 향후 25년은 디지털의 폭발기가 될 것이며 2010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소니 이데이 사장)

 “지금 출구를 알 수 없는 전략적 변곡점에 놓여 있으며 디지털에 의해 만들어지는 미래에는 과거와는 전혀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인텔 앤디 그로브 회장)

 21세기 디지털혁명기를 맞으면서 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촉발된 정보사회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생활과 인식과 행동까지 바꾸고 있다.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세계가 급속한 변화의 물결속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이 제3의 물결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유수의 석학과 유명 경영자들은 이제 추상적으로만 생각해왔던 디지털혁명의 결과를 실감하며 생존과 성장 및 발전을 위해 변화를 부르짖고 있다.

 포브스지에 실리는 세계 100대기업의 명단이 매년 순위가 바뀌거나 작년에 이름을 떨쳤던 기업이 올해는 아야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사건은 더이상 세인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변화의 결과도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아날로그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아날로그시대와 디지털시대의 차이는 어디에 있으며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경영의 화두는 과연 무엇일까.

 이 시대 경영자들은 지구속 깊디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리는 멘탈의 움직임을 땅끝에서 감지하고자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고 있다.

 아날로그시대와 디지털시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측 가능성 여부라고 단언할 정도로 디지털시대의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아날로그시대에는 경제활동이 실물에 중심을 두고 제한적인 시간과 공간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경영활동은 이를 예측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공통된 과제였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경제활동은 다르다. 실물 대신 가상의 재화가 중시되고 경제활동의 범위가 시공을 초월하며 이에 따라 조직력보다는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IT벤처붐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을 비롯, 전세계를 강타하며 비즈니스 관행과 시장, 산업은 물론 재계, 나아가 국가의 부를 뒤바꾸어 놓을 만큼 거대한 폭풍으로 번졌다.

 하지만 어느새 이 폭풍은 거품으로 변해 미국과 세계경제의 붕괴 우려까지 낳게 하고 있다. 이같은 중차대한 변화를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며 또 그렇게 빠른 시간안에 상황이 변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거품이 꺼진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디지털혁명을 겪고 있으며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초일류기업과 유수의 경영자들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경영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의 서지 추룩 회장은 본사를 없앤 데 이어 공장마저 없애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는 무려 130여개 사업부문을 거느린 문어발의 대명사였던 알카텔을 통신장비 전문업체로 전문화시켰다. 통신장비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모두 매각했다. 그리고 본사와 공장을 없애고 알카텔을 연구소기업, 즉 R&D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이다.

 반면 일본 복사기 제조업체인 캐논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신일본형 개혁이라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캐논의 변신은 컨베이어벨트를 추방하는 것이다.

 경쟁력의 대명사로 추앙받던 자동화 생산라인, 즉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대신 사람 중심의 셀 생산방식을 심은 것이다. 사람들이 팀을 짜 팀별로 복사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조립하는 방법이다. 컨베이어벨트는 능숙한 숙련공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하향평준화의 주범이라는 게 캐논의 판단이다.

 두 회사의 변신에서 보듯 디지털시대의 경영전략은 아날로그시대와 달리 모범답안이 없다. 다만 변화만 있을 뿐이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추앙받으며 디지털시대 CEO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잭 웰치 GE 전 회장도 일관된 점은 끊임없는 변신이었다.

 그는 초창기 벽없는 조직을 주창하며 조직의 틀을 깨는 데 주력했다. 다음엔 가전사업 등 1등 또는 2등 아닌 기업은 과감히 매각하거나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와 동시에 RCA를 인수, 방송과 의료기 사업에 진출했으며 금융사업에까지 손을 댔다. 나중에는 100만개당 불량을 3.4개로 낮추는 6시그마에 헌신했으며 마지막에는 e비즈니스에 전력을 다했다.

 잭 웰치가 비록 20세기 후반 디지털혁명의 진입기에 살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석학, 그리고 경영자들은 디지털시대 경영전략 화두의 단초를 그에게서 찾는다. 그가 CEO로서 보여준 모습은 끊임없는 변화와 위기관리, 그리고 이에 대한 결코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이다.

 혼돈의 시대, 21세기 디지털시대의 경영화두는 광속의 변화만큼 빠르게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화두가 어떻게 바뀌든 변화를 이끌어내고 상존하는 위기를 관리해 내려는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의 밑받침이 없다면 그 어떤 새로운 경영에도 성공할 수 없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