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산업패러다임 변화

 ■4C 新경영 新화두 ■

디지털이 당초 기술의 범주를 뛰어넘어 하나의 산업패러다임으로 자리잡으면서 IT시대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어느덧 하드웨어 위주의 아날로그형 단품은 기업체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0과 1’로 대변되는 디지털제품이 우리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료주의, 복잡한 보고문화, 형식주의 등 전통적 아날로그 경영이 막을 내리고 디지털 네트워크 비즈니스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 가전업체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이 지난 99년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제2의 창업’ ‘기업개혁’을 외치면서 개개인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드림키드(꿈을 좇는 사람)화를 주문한 것은 디지털시대의 요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스피드가 요구되는 디지털시대에 기존 관행과 구습을 버리는 체질개선을 하지 않고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시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보다 신속·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21세기 경영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량기업이 될 수 있다’는 피터 드러그의 철학을 실제 경영전선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컨버전스(Convergence), 크리에이티브(Creative), 컬처(Culture), 커스터머베이스(Customerbase) 경영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4C’ 경영이 국내외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4C경영은 일반적 관행에서부터 구습, 구태로 지적돼 왔던 기업문화의 잘못된 환부를 도려내는 기업혁신을 이룰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소비자의 편리성, 안전성, 쾌적함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극대화를 제고하는 상품개발로 시장주도권을 확보 및 유지할 수 있는 경영기법이다.

 이미 소니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고 새로운 기업문화 창출에 필요한 디지털화의 추구를 통해 컨버전스 경영에 착수했다.

 소니는 지난 99년 4월 21세기 비즈니스의 주력상품으로 네트워크 사업을 선정하고 이 사업을 전담할 디지털네트워크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신설하고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3차원 영상처리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플레이스테이션2를 내놓았다.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킨 대표적 컨버전스 상품인 플레이스테이션2는 현재 소니 전체 영업이익의 30%를 넘는 이익을 내면서 소니의 키스테이션으로 자리잡았다.

 소니는 이와 함께 디지털 네트워크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오는 2003년 3월까지 해외생산거점을 55개로 축소하고 직원수를 10% 삭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삼성전자, LG전자도 기존 아시아적 가치에 뿌리를 둔 기업문화에 디지털 경영기법을 접목시키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21세기 경영의 키워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아래 홈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컨버전스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홈네크워크 시장의 경우 브로드밴드의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미래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오는 2004년 미국와 유럽의 홈네트워킹 시장규모가 50억∼100억달러에 달하는 등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JVC 등 외국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기술교환을 통해 홈미디어센터 및 AV기기를 선보이면서 국경을 초월한 컨버전스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일본 JVC의 HD급 D-VHS를 셋톱박스에 연결, 양 기기간 완벽한 호환성을 구현해 보였으며 향후 IEEE1394와 관련한 하드웨어 공동개발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시장에서의 공동 마케팅 등도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크리에이티브 경영의 핵심은 사람으로 표현되는 인적자원의 육성에 바탕을 둔다. 21세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다 많은 인재확보로 이는 경쟁사들이 모방할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연구개발 분야 석·박사와 해외 경영학석사(MBA)를 끌어모으고 있다. 매년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에서 국내 및 현지 인사담당 임원이 모두 참가해 채용행사를 열고 우수한 인력이면 국적을 불문하고 뽑아 국경을 가리지 않고 일할 기회를 주겠다는 창조경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IMF 이후 중단했던 ‘지역전문가 제도’를 지난 2000년부터 9개월 또는 12개월로 기간을 늘렸을 뿐 아니라 남아공,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헝가리, 중국, 베네수엘라 등 신흥시장으로 직원을 파견, 창조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현지법인의 현채 임직원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시행을 위해 해외인력의 국제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의 종교, 문화, 지리적 여건을 제품 개발에 반영, 수출하는 컬처(Culture)경영도 현지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낳으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러시아의 특성을 고려한 LG전자의 사계절용 냉난방 겸용 에어컨은 99년 이후 4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쿠리마루’라는 브랜드로 일본에 수출된 청소기는 다다미방의 최대 고민이던 진드기 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마케팅이 주효한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도 영국인이 선호하는 파란색을 캠코더 외관에 채용한 현지화 제품을 통해 50만대 규모의 영국 캠코더 시장에서 41%의 점유율로 1위를 달성했다.

 멕시코에선 현지인이 즐겨먹는 쿠에소 푼디오(queso fundio:치즈 녹인 것), 나초(Nacho) 등을 전자레인지 조작키에 적용, 최대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고객 중심의 커스터머베이스 경영도 리콜, 제조물책임법 등에 따른 고객보상금 등의 경영손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경영요소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고객의 불만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S경영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업계 최초로 24시간 가동되는 사이버서비스센터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웅진코웨이개발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지난 98년 4월 업계 최초로 물건을 빌려 쓴다는 개념의 렌털 사업을 도입, 새로운 형태의 고객만족경영을 정착시켰다. 청호나이스의 경우 현재 약 1500명에 이르는 인원으로 구성된 전국 21개의 조직망을 축으로 해당 지역을 관할하고 있고 ‘고객과 하나’라는 마음가짐을 고취시키기 위해 ‘하나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4C 경영`이란 ■

◇컨버전스 경영=복합화, 융합으로 불리는 컨버전스 경영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기본적인 단계부터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해 기업간에 전략적 제휴를 맺는 이른바 ‘국경초월 경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가령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에 콘텐츠 및 솔루션 기술이 접목되지 않았다면 이 제품은 단순한 아날로그형 저부가가치 상품에 머물렀을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경영=창조경영은 크게 시대의 변화를 가져오는 혁신적이고 독특한 제품개발과 기업의 절대경쟁력 향상에 필수적인 인재양성으로 구분된다. 또한 그동안 경영의 주요 지표로 꼽혀온 매출규모나 당기순이익이 흑자도산 시대를 맞아 의미를 잃으면서 주주와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가치창조 경영도 또 하나의 창조경영으로 떠오르고 있다.

 ◇컬처경영=무형자산, 특히 기업이미지 및 브랜드와 같은 무형의 지적자산 형성을 중시하는 경영의 한 형태다. 또한 매출액, 당기순이익에다 시장이 요구하는 인종, 문화, 종교 등을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철학도 컬처경영의 한 부류로 포함된다.

 ◇커스터머베이스 경영=경영의 모든 부문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만족시켜 기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신경영기법으로 8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객만족은 상품의 품질뿐 아니라 제품의 기획·설계·디자인·제작·사후 서비스 등 모든 과정에 걸쳐 제품에 내재된 기업문화 이미지와 함께 상품 이미지·기업이념 등을 고객에게 제공,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특별기고: 제라이 클라이스터리 필립스 회장 ■

전세계가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에 앞서 우리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제품개발과 서비스 분야에 있어 각 기업들은 협력적인 경쟁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많은 디지털기술 기업들은 동종 혹은 이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많은 실익을 거둘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전통적으로 생각해 온 관습을 타파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세계 가전업계는 모두들 비슷한 기초기술 분야에서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다. 필립스도 매년 새로운 디지털 기술개발에 2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가전업체들이 공동연구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아직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각각 다른 표준경쟁을 위해 소모하는 노력과 비용은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산업분야에 성장을 이루어내기 위해 디지털 분야와 같이 발전가능성이 풍부한 분야에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이익에 기초한 시각으로 모든 분야에 접근하는 것이 키 포인트다. 소비자의 필요를 알고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시장지배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디지털TV, 광대역 무선통신, 첨단 조명, 나노테크놀로지와 같은 차세대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 고객의 필요를 먼저 고려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속되는 혁신의 사이클을 유지하기 위해 업계의 협력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봐야 한다.

 90년대가 무분별한 풍요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지적인 가치혁신이 요구되는 사회다. 실제적인 의미있는 기술개발을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고객의 필요를 찾아내고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현실화하기 위해 협력적인 경쟁관계를 이룰 때 우리 경제는 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와 관계기관은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고 각종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가 기업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제품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전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용상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해야 하며 강력한 재정상의 규율을 확립하고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경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생각한 주가 조정정책을 벗어나 기본에 충실한 장기적인 계획수립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