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토리지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최고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미국 9·11 테러 발생 이후 재해복구시스템(DRS)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고려하면 DRS가 스토리지시장 성장의 최고 동인이었을 법하지만 답은 아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대규모 투자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대부분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토리지사업자들을 즐겁게 한 것은 CRM이나 ERP, SCM 등 ‘기업용애플리케이션(EBA:Enterprise Business Application)’ 도입 증가 추세다.
EBA시장 확산이 스토리지시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원천 데이터를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새로 가공하면서 그만큼 디스크 용량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100만달러 규모의 CRM시장이 50만달러의 스토리지 매출로 이어진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실제 대형 은행사라 할지라도 원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스토리지 용량은 아무리 많아야 2∼3테라바이트(TB)이면 너끈하다. 이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백업하면서 두배, CRM에 적용하면서 또 두배, ERP에 적용하면서 다시 두배가 되니 결국 기업이 최종 사용하는 스토리지는 초기 데이터의 ‘n승’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
한국EMC가 국내 스토리지시장에서 단일공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이라는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국민은행(300TB 이상)이나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현재 공급하고 있는 심사평가원(114TB) 프로젝트의 경우는 대형합병과 재해복구라는 요인이 적용됐지만 나머지 상반기 스토리지 사업자들의 실적에 도움이 된 수십TB 규모의 스토리지는 대부분 EBA 도입에 따른 증설물량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 시장을 공략하는 스토리지사업자들은 애플리케이션사업자들과의 업무공조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각종 ISV 및 컨설팅사업자들과 마케팅·영업·기술 교류 등에서 긴밀한 협조를 취하고 있다.
국내 시장조사기관인 KRG에 따르면 올해 국내 ERP·CRM·DW시장은 각각 전년대비 39%·75%·25%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물론 스토리지 가격인하를 고려할 경우 매출규모 면에서는 떨어지겠지만 EBA시장의 성장곡선 옆에는 스토리지시장의 성장 그래프도 나란히 그려질 전망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