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한국을 먹여살릴 전략품목에 도전한다-한국을 글로벌 브랜드化 하라

 ‘전략품목을 집중 육성하라.’

 현대산업사회는 세계시장의 과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일등상품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선도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가격결정권을 행사하여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고 일등상품을 만드는 기업만이 발생한 이익을 기술과 설비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일등상품 보유는 기업의 실력과 환경적응력에 의해 판가름된다.

 일등상품은 세계경쟁에서 결정되며 남보다 한발 앞서고 한차원 높지 않으면 즉시 경쟁자에게 밀려나게 된다. 따라서 수요 고도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일등상품을 계속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따라서 자신의 강점을 살린 전략품목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략품목을 육성하고 일등상품을 발굴해야 하는 처지에 처해있다.

 ◇우리나라 전략품목의 역사=한국의 전략품목도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해 왔다. 60년대에는 가발·합판·신발 등 경공업품이 주도했다. 이들은 노동집약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선진국이 철수한 분야에서 저임노동인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가격 외에는 우위요소가 없어 시간이 흐르면서 후발국에 자리를 내주었다.

 70년대는 우리나라 IT산업이 태동기로 이때부터 기술력이 가미된 전자제품들이 전략품목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흑백TV와 라디오 등이 주력상품으로 떠올랐다. 기능인력이 양성되고 생산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기술이 일부 가미된 제품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선진기술의 도입과 소화, 해외시장 경쟁 등으로 일등상품 창출을 위한 기반이 서서히 성숙된 것도 이 때다.

 80년대에는 컬러TV·VCR 등의 수출이 급증했고 메모리·통신기기 등 첨단분야에의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생산설비 확충, 3저 여건 등에 힘입어 전자제품·자동차 등이 한국의 대표적 수출상품으로 부상했다. 일부 품목에서 기술과 품질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고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90년대 이후에는 하이테크 제품, 장치산업 중 일부에서 세계시장을 재패하는 추세다. 반도체가 90년대 초반 세계 최강이 된데 이어 TFT LCD·CDMA 등이 차례로 부상하고 있다. 이후 98년 7월 처음 도입되어 4년이 지난 현재 가입자 수가 1000만명에 이르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도 새로운 전략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래의 전략품목은=IBM의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은 컴퓨터를 개발한 후 ‘전세계 컴퓨터 수요는 기껏해야 5대로 족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강점을 두고 있는 분야를 바탕으로 전략품목도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전략품목은 쉽게 가려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TFT LCD와 컬러TV 등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디지털TV와 FPD와 D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메모리가 미래 전략품목으로 우선 손꼽힐 수 있다.

 반도체 기술과 기계·가공기술이 융합된 MEMS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온칩도 현재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전략품목이다.

 또 SW개발력을 이용한 컴포넌트SW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e금융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거대시장으로 떠오를 생체인식보안, IMT2000시대에 대비한 모바일 콘텐츠, 국경이 없다는 엔터테인먼트도 미래 전략품목으로 손색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략품목 육성을 위한 요건=전략상품은 한 국가가 집념을 갖고 역량을 모아 키워내는 종합예술이다. 세계경쟁이 상품의 가격과 질로 승부하는 고전적 양상에서 아이디어와 기술, 감성, 국가이미지 등을 놓고 겨루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전략상품의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 외에 산업경쟁력, 효율적인 인프라, 자율과 창의의 사회분위기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투입요소 확충, 생산과정의 효율화, 국가의 소프트 경쟁력 강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일등상품이 창출될 수 있다.

 투입요소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가능성이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통폐합하거나 철수하는 등 기업의 핵심역량을 확충해야 하며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체제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 모방기술용 인재가 아닌 고도의 전문성과 창조성을 갖춘 골드칼라를 양성해야 한다. 지식과 금융인프라를 고도화하는 일도 투입요소확충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생산과정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가 정신고양 등 신성장 원천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정책 기조를 ‘축소와 규제’에서 ‘성장과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정부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을 후원하는 사회분위기도 생산과정 효율화의 한 항목이다.

 국가의 소프트경쟁력 강화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고유상표 전략을 구사하고 최고의 상품 이미지를 구축, 세계 일류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한국이 세계에 비치는 이미지는 상당히 혼란스러우며 주력산업이나 기업브랜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체를 글로벌 브랜드화하고 한국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국가마케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특별기고:비교우위 기술 집중 육성하자-오길록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사진) ■

세계 IT와 산업이 성숙기에 이르면서 선행 기술이나 국제표준을 향해 전 세계가 수렴해가는 이른바 글로벌화가 확산되고 있다.

 기술을 선점한 선발업체를 따라가야 하는 후발업체들이나 국제표준 기술이 없어 같은 성능의 기술을 갖고도 다른 나라의 국제표준 기술을 가져다 써야 하는 국가들은 열심히 일한 대가를 기술료 등으로 고스란히 바치며 헛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월드베스트, 월드퍼스트(World Best, World First)’ 기술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국제표준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늦게 시작해 빠르게 따라잡는’ 기존의 한국형 발전모델은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CDMA 시스템장비 및 단말기, TFT LCD 등 소수의 품목을 제외하고는 중국과 미국·일본·유럽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저하되어간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미래사회에 필요해질 기술을 누구보다도 빨리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글로벌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우리 경제를 이끌 기술은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먼저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부터 발전시켜 국내 IT산업을 발전시키고 세계 IT산업을 주도할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현재 우리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CDMA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CDMA는 음성전화에서 무선인터넷, 모바일커머스 기기로서 활용이 확대되고 있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보다 편리한 기능을 확대시키고 신기술에 의한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연구가 보다 가속화되어야 한다.

 둘째, 디지털 TV와 정보가전이 세계 IT산업의 성장침체 현상을 타개할 유망품목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고기능·저가화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국내 가전사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브랜드 가치와 결합하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셋째, 핵심부품 개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부품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비교적 높아 IT산업은 물론 여타 첨단산업의 발전속도를 저해하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해 초소형·고기능·저가격의 차세대 부품을 적극적으로 개발, 빠른 세대교체와 국산화를 동시에 도모할 필요가 있다.

 넷째,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각종 IT장비는 물론 IT의 타 산업분야의 고기능·저가화·이용자 편의성 향상이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해 결정되는 추세이며 그 부가가치 비중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전자상거래 등 IT제품 및 서비스의 이용확산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정보보호기술을 발전시켜 세계 IT 신경제를 지켜나갈 기술로 확대시켜야 한다.

 한편 기술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신기술 개발을 함께 병행함으로써 IT 신산업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닦아야 하는데 부문간 기술융합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무선 네트워크의 융합 그리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의 융합과 미디어 융합은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IT와 NT(나노기술), BT(생명기술)의 기술분야간 융합의 경우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단계로서 좀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방향을 잘잡는 쪽이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연구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융합기술 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기관끼리 분업 또는 정보공유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인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융합 신기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생각해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 성공 가능성을 예견하고 꾸준히 연구하여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는 어느 한 기관, 한 부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며 관산학연이 모두 유기적인 협동관계를 구축해 이론에서 제품까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