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같은 제품 아닌가.”
프린터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이모씨는 국내 프린터 업체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다 이 같은 의문이 들었다. 후지제록스페이저프린팅코리아(FXPPK), 한국엡손, 한국후지제록스가 판매중인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외관뿐만 아니라 출력속도, 해상도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 회사의 본사격인 일본 후지제록스, 엡슨, 미국 제록스 모두 자체 브랜드로 프린터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제품이 판매되는지 궁금했다.
FXPPK의 ‘페이저 6200’, 한국엡손의 ‘아큐레이저 C 4000’, 한국후지제록스의 ‘다큐프린트 C1618’ 등은 모두 출력속도가 흑백·컬러 문서 모두 분당 16매로 같다. 인쇄품질과 상관있는 최대 해상도는 ‘페이저 6200’을 제외하고 모두 1200×1200dpi로 동일하다. FXPPK의 제품은 최대 2400×600dpi다.
해당업체 관계자들은 일단 절대로 같은 제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프린터는 크게 엔진과 컨트롤러 보드로 구성돼 있는데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컨트롤러 보드는 프린터 제조업체의 기술과 특성이 집약돼 있기 때문에 같은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컨트롤러 보드에 장착된 CPU도 업체마다 다르고 지원하는 프린터 언어도 사별로 가지각색”이라고 한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이 외에도 메모리, 하드디스크드라이브, 프린터 드라이버 등 다양한 면에서 차이가 있다.
비슷한 외관과 해상도, 같은 출력속도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한국후지제록스 관계자에 따르면 ‘다큐프린트 C1618’에 장착된 프린터 엔진이 OEM 형태로 엡슨과 미국 제록스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프린터 엔진이 같으면 외관상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 프린터 업체의 공통된 설명이다.
프린터 산업은 일반인이 아는 것과는 달리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본체 사업도 있지만 경쟁사간에도 프린터 엔진을 공급하는 사업 분야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엔진 판매업체 렉스마크, 엡슨, 캐논, HP, 후지제록스 등은 일반 시장에서 과도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일삼지만 때에 따라 서로간 고객이 되기도 한다.
바로 FXPPK의 ‘페이저 6200’, 한국엡손의 ‘아큐레이저 C4000’, 한국후지제록스의 ‘다큐프린트 C1618’의 경우가 프린터 산업 뒷면을 잘 보여주는 실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