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이다-CEO와 기업문화

 ■최고경영자 능력따라 기업가치 `오르락 내리락`■

 현대사회는 브랜드의 시대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나이키, 그리고 코카콜라는 그 이름만으로 천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비단 상표나 스포츠맨, 혹은 연예인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도 브랜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등은 그 자체가 걸어다니는 회사의 얼굴이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 진대제 사장이기태 사장과 삼보컴퓨터의 이용태 회장,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 등은 그 자체로 회사의 가치를 배가시킨다. 결국 현대사회에서 CEO의 브랜드는 그 회사의 가치를 대변하는 척도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EO도 브랜드다

 CEO브랜드 전문 서비스 업체인 메타커뮤니케이션의 노범석 사장은 CEO브랜드에 대해 “경쟁기업에 대해 기업 브랜드의 차별적 우위성을 부여하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무형 자산”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비춰보면 CEO브랜드는 내부 리더십과 외부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나타난다. 양자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아무것도 갖지 못하면 CEO로서는 낙제다.

 내부 리더십은 강한 반면 외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리더십은 있지만 리더는 없는’ 기업이다. 이는 무명의 능력있는 CEO에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상당 기간 안정적인 실적은 낼 수 있지만 결정적인 도약의 시기에 이를 놓치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반대로 외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탁월한 반면 내부 리더십이 부족하면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이 없는’ 기업이 된다. 주로 거품에 의존한 닷컴기업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업가치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악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범석 사장은 또 CEO브랜드 자산의 특징에 대해 “구축기간이 오래 걸리고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가상각이 진행되는 어려움이 있지만 경쟁업체의 CEO가 모방할 수 없다는 고유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중요한 CEO브랜드는 아이덴티티와 고객과의 관련성, 다른 CEO와의 차별성, 기업과의 적합성으로 구성된다. 이 4가지 구성요소를 염두에 두고 CEO브랜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IT분야의 뛰어난 CEO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한국전기초자 서두칠 사장의 경우를 보면 서 사장의 아이덴티티는 ‘한국적 경영의 귀재’다. 서구의 경영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적 경영모델을 만들었으며 골프를 치지 않는 등 솔선수범과 헌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고객과의 관련성은 ‘고객 최우선의 원칙’이다. 고객의 가격 요구에 최대한 성의있게 응하며 고객을 자신의 우군으로 만든다. 또 기업과의 적합성은 항상 직원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는 ‘현장 중심의 경영’이라는 말로 요약되며 다른 CEO와의 차별성은 ‘강력한 실천력과 원만한 노사관계의 형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성공한 CEO의 7가지 습관 ■

 최고의 CEO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디지털 사회의 CEO들은 산업사회를 이끌던 CEO와 다르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거인들의 경영철학에서 공통된 7가지 특징을 추려본다.

 

 ◇열정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CEO에게 기업과 직원을 위한 열정이 없다면 이미 CEO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업체를 만든 빌 게이츠 회장은 자신의 열정에 대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직업을 가졌고 매일매일 회사에 일하러 오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자신의 직업을 즐길 수 있다면 결코 지치거나 힘들지 않다”라고 표현했다.

 

 ◇명료한 사고

 성공한 CEO가 지적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들이 갖고 있는 타고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힌 능력이다. 그것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마이클 델 델컴퓨터 사장은 “왜 모든 컴퓨터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라는 단순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억제된 자아

 CEO는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주위의 칭찬도 잦다. 하지만 성공한 CEO는 자신에 대해 겸손하다. 얼라이드시그널의 보시디는 “자아를 가진 리더들은 흔치 않다. 오늘날의 CEO는 겸손한 자리다. 앞으로도 더 배워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환경이 점점 더 격심한 경쟁에 둘러싸여 시종일관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라고 겸손의 미덕에 대해 설명했다.

 

 ◇긍정적 태도

 성공한 CEO는 도전을 하나의 기회로 바라보고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고 한다. 마이클 델은 “내가 가장 처음으로 배운 것은 능률향상과 배움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실수를 하면 할수록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며 비즈니스를 독립한 이후 배울 것이 더 많아졌으며 연구와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이것들을 배워 나갔다고 말했다.

 

 ◇충만한 에너지

 CEO는 매우 피곤한 자리다. 따라서 충분한 에너지와 건강은 필수적이다. 질레트의 CEO인 알 자인도 한해 800명의 인사관리를 시찰하기 위하여 250일 동안 출장을 다녔고 시스코의 존 챔버스는 1년 365일 내내 고객에 관한 보고서를 살펴봤다. 또 로위스 컴퍼니의 밥 틸먼은 3년 동안 단 한차례의 휴가도 가지 않았다.

 

 ◇훌륭한 화술

 비즈니스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많은 사람과 큰 조직을 이끄는 CEO는 달변가가 돼야 한다. CEO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전략과 비전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오토데스크 CEO 캐롤 바츠는 항상 상대방에게 말을 건낼 때 발랄한 이미지로 경영원칙을 설명하며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폭넓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경험하라고 조언한다.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기

 결국 성공한 CEO는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기’에 전념한다. 이것은 성공한 CEO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사실로 알 수 있다. 기업은 초기에 재정, 시장점유율 혹은 주가 등 전통적인 평가를 받지만 성공적인 조직을 가진 CEO들은 밤낮으로 ‘옳은 일’에 초점을 맞추며 그들의 결과를 성취해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기고: CEO의 경쟁력-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

필자는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프로그래머에서 벤처기업 경영자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일이 좁은 분야를 깊이있게 파고들면 되는 데 비해 경영은 전략, 인사, 회계,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CEO의 리더십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하면서 책을 참고하기도 하고 경험을 통해서도 터득하게 된다.

 연초에 원서로 읽은 경영 관련 책 ‘Good to Great’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뒤에도 다시 읽고 그 내용을 되뇌고 있다.

 이 책은 1965년에서 1995년 사이에 ‘포천(Fortune) 500’에 등장한 많은 기업 중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11개 기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기업들이 ‘그냥 좋은’ 기업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해 놓은 책이다. 위대한 기업들과 그냥 좋은 기업들의 차이,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사람, 사고, 행동 등 세가지 측면에서 정리했는데 그 첫 항목이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책에 따르면 경영자의 리더십을 다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위대한 기업에서는 중대한 전환기에 단계 5의 리더십이 관찰된다고 한다. 능력이 뛰어난 개인, 합심하는 팀원, 역량 있는 관리자, 유능한 리더까지는 일반적인 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단계 5의 경영자는 위대한 기업에 국한되어 발견된다는 것이다.

 단계5 경영자의 특징은 상반돼 보이는 덕목인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겸비하고 지속적인 큰 성과를 일구어낸다는 점이다. 또한 차세대 후계자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터를 닦아주며, 성공했을 때는 자신 외의 요인에 공을 돌리고 실패했을 때는 스스로 책임을 진다.

 한편 필자가 경영자로서 보낸 7년여간의 경험을 토대로 CEO에게 필요한 요소를 들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은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이기 때문에 신뢰만 형성되면 리더십의 절반은 채워진다고 본다. 구성원간의 신뢰가 탄탄한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력이 위대하고 영속하는 기업의 토대가 된다는 게 필자의 믿음이다.

 다음으로 기업가 정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존재이유에 충실해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쪽에 열과 성을 다하면 명예, 돈, 높은 주가는 결과적으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반대로 돈과 명예, 주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업 외 이익에 몰두하다 보면 사업을 단기적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고민하는 한편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한 노력과 고민이 이어질 때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CEO는 내부적으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관리해야 한다. 위기관리를 통해서 재정비된 기업은 만약 경기가 침체되거나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기 복구력을 갖추게 되며, 경기가 호전되거나 영업활동이 성공할 경우에는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장기에 기업문화나 핵심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문화에서 일해온 사람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살펴 회사 문화가 한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개인적인 차별점을 메워 나가야 한다.

 앞서 말한 요소들은 필자 역시 부족한 부분이어서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노력중이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성공하는 리더의 유형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가로서 기본에 충실하다면 그가 어떤 유형이든 성공의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