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별 전용모델, 소비자 혼란 부추겨

 ‘백화점 가전제품과 할인점에서 팔리는 가전제품은 같을까 다를까. 용산 등 전자상가와 양판점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와 업종별로 전용모델을 차별화하면서 다양한 모델이 등장,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여기서는 같다 하고 저기서는 다르다고 하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결혼을 앞둔 김모씨가 혼수가전을 구입하기 위해 다리품을 팔면서 겪은 혼란이다.

 현재 할인점·양판점은 물론, 백화점과 TV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업계까지 전 유통업종에 걸쳐 별도의 전용모델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또 동일 업종내에서 업체별 독자적인 전용모델도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양판점에서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에서 팔리는 제품모델이 다를 정도다.

 일부 전자상가에서도 자체 전용모델을 취급한다.

 이처럼 업종별·업체별 전용모델이 크게 확산된 이유는 과거 가전 판매망이 전자상가와 대리점·백화점이라는 단순구조가 다양화된 때문이다. 이제는 양판점·할인점의 등장과 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성장했고 이들간 판매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할인점과 양판점 및 일부 대형 전자상가에 국한돼 있던 전용모델 취급은 올들어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로 확대되고 모델수도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전체 가전제품 모델수는 1년전에 비해 평균 50%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전용모델은 주로 29인치 TV와 680L급 냉장고, 10㎏ 세탁기 등 대중화된 모델을 중심으로 양산되고 있으며 양판점이나 할인점의 경우 TV·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대형 가전제품의 50%를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동일한 제품의 경우 전혀 다른 제품으로 알고 구입하거나 차이가 분명한 제품은 같은 제품으로 알고 구입한다는 점이다.

 일부 유통업체는 색상 및 손잡이 형태 변화 등 단순히 디자인만 바꾼 전용모델을 마치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인 양 설명하기도 한다. 반면 몇가지 기능을 축소해 저렴한 가격으로 들여온 제품에 대해 시중의 일반 제품과 동일한 것처럼 설명해 판매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제조업체와 가전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전용모델 확대는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다양화되면서 나타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자체 대리점 보호 및 유통업종별 제품의 안정적인 보급을 위해, 유통업체는 가격차에 따른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혜숙 실장은 “전용모델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게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반 제품과의 차이를 잘 모른 상황에서 구입하는 것이 문제”라며 “유통업체는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용모델을 소개하지 말고 제품의 차이점을 명확히 설명해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