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년째에 접어든 IT분야 e마켓플레이스 업계가 ‘좌절’과 ‘희망’으로 뒤범벅되고 있다.
IT e마켓은 초기에 특정산업에 기반한 수직형(vertical) e마켓보다는 기업소모성기자재(MRO) 성격의 IT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성과만을 두고볼 때는 아직 시장진입이 힘들다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코넷아이와 에스아이원투쓰리는 사실상 e마켓 사업을 포기했으며, 삼성SDS플라자도 지난해와는 달리 거래중개보다는 오프라인 채널 지원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컨설팅 및 프로젝트를 인터넷을 통해 거래할 것이란 당초 목표와는 달리 많이 달라진 셈이다. 이는 기업 수요자들이 아직 e마켓을 통해 IT제품을 구매하는 데 효용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되며, 또한 일부 e마켓의 영세성이 오히려 수요자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러 업체의 난립으로 혼란스럽던 시장 경쟁구도가 IT전문 e마켓인 아이티멕스로 단일화되고 있다는 점, 최근 KT가 e마켓서비스를 본격화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에스아이원투쓰리닷컴(대표 김창훈)은 올 초부터 실적부진을 이유로 대표이사를 전면교체하면서 새 수익모델을 찾았지만 지난달부터 중개서비스를 잠시 보류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현 대표이사를 다시 교체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이달 23일로 2주년을 맞는 에스아이원투쓰리닷컴은 CEO만 세번째 교체되는 셈이다.
다음달 설립 2주년을 맞는 코넷아이(대표 심재함)는 아예 사업을 중단하고 회사 매각절차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매각자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적으로 소문없이 사라지는 e마켓들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주년을 맞은 삼성SDS플라자(대표 김홍기)도 더 이상 B2B e마켓으로 부르기는 힘들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소프트웨어 등의 거래중개를 통한 수수료로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영업을 지원하는 새로운 채널정도로 웹 사이트의 성격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업포기 내지는 축소사태로 아이티멕스(회장 박용정)가 유일하게 거래중개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IT e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티멕스는 수익모델만 있다면 침체기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고, 공공사업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활용이 늘면 안정성 및 효용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을 떨칠 수 있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지난달 본격화된 KT의 B2B는 IT e마켓 업계의 시장확대를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KT의 회사규모와 취급품목으로 비교해볼 때 아이티멕스 홀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업계 파장’이란 효과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KT측은 “하루에 한번 꼴의 서비스지만 구매력을 갖고 있고 마케팅이 본격화되면 거래규모는 차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란 터널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KT가 거래중개를 통한 수수료 목표를 올해 말까지 약 16억원, 내년 한해 동안 30억원 정도로 낮게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