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박선희 박사(바이오정보연구팀장) shp@etri.re.kr
최근 주목받는 유전자 정보와 정보기술(IT)이 융합된 BIT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영화를 보아라. 영화속에 구현된 기술들은 막연한 상상만이 아니라 대부분 현재의 과학에 기반을 둔 첨단기술들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주인공의 얼굴이 30분 동안 흉칙하게 변하도록 주사를 놓는데, 이 기술의 구현은 영화에 나오는 첨단기술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이 기술은 얼굴 모양을 나타내는 세포 핵속의 유전자들을 30분 동안만 다른 유전자로 대체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눈의 홍채 정도는 쉽게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애써서 신분확인용 홍채인식을 피하기 위해 눈 전체를 수술하는지는 과학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영화의 ‘옥에 티’이다.
어쨌든 현 단계로서는 유전자들의 기능조차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핵속으로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도 연구의 시작단계에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지만.
‘스파이더맨’에서도 유전자가 조작되어 인간의 몸에서 거미줄을 생산한다. 주인공이 거미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면 그 신호가 대뇌피질에서부터 전달되어 손목 부근 세포들의 핵속에 있는 조작된 유전자를 통해 거미줄을 만들고 그 거미줄을 정확한 목표에 분사시키는 신호가 다시 대뇌피질에서 전달되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기술적으로는 거미줄을 만드는 유전자가 인간 유전체속에 끼워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총 유전체 중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 부분을 조작하여 거미줄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가능하려면 인간 유전체 내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들의 기능과 제어방법, 그들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기능, 그리고 이러한 기능들의 상호 연결방법 등에 관한 총체적인 어마어마한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들어 이러한 정보를 캐내고 지식화하는 일이 새로운 IT분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