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코리아`를 한 어깨에 짊어졌다-쓰리알소프트 유병선 사장
새벽 이슬이 채 마르기 전인 오전 6시경. 경기도 평촌에 사는 쓰리알소프트(http://www.3rsoft.com) 유병선 사장(41)이 자신의 애마(?)인 크레도스 승용차의 시동을 걸고 서울을 향해 새벽 공기를 가르기 시작했다.
유 사장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 도착하면 시계는 7시를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쉰다.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으면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되는 회의에 앞서 유 사장은 신문을 정독한 뒤 e메일을 확인하고 하루 일정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8시 30분,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정시에 열리는 팀장급 정례 회의. 팀별 보고와 업무 미팅이 시작됐다.
영업 현황과 기술 개발 진척 등에 대해 실무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시간이다.
항상 돌하루방 같은 미소를 머금은 유 사장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특유의 꼼꼼함과 치밀함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적당히 혹은 대충대충 보고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유 사장을 이른 바 ‘강성’ 인물로 분류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왜냐하면 실무진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최대한 반영하려는 유 사장의 뜻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의 진면목은 회의 후 빛을 발한다. 평소 방대한 독서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습득한 시장 동향과 기술 트렌드 등 최신 정보를 손수 분석하고 정리해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유 사장은 “소위 잘 나간다는 회사 관련 서적과 정보를 수집합니다”라며 “남들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아 1등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일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지난 98년 11월 웹메일 솔루션 전문업체 쓰리알소프트를 창업했으니 유 사장도 이제 4년차에 접어든 CEO다. 유 사장은 단국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문학도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다.
이에 앞서 한양공고 시절에 공과대학에 진학해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던 그는 색약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를 통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1년 만에 그만뒀다.
그는 지난 89년 금성소프트에서 개설한 6개월짜리 시스템엔지니어링 과정을 이수하며 컴퓨터를 배우고 전산 관련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LG소프트와 가산전자를 거치면서 기술보다는 마케팅과 경영기획 분야를 주로 담당했다.
창업과 관련, 유 사장은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 e메일이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가산전자 시절에 이미 사업계획을 구상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산전자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사업을 하기 어려워지자 유 사장은 회사를 따로 설립하고 구상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는 쓰리알소프트 창업 이후 당시에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대용량 메시징 솔루션 ‘엣메시지 메일스튜디오(@MESSAGE MailStudio)’, 비즈니스를 위한 협업 메시징 솔루션 ‘엣비즈(@BIZ)’, 공개키기반구조(PKI)의 보안 메시징 솔루션 ‘엣시큐어(@SECURE )’, SyncML 기반의 웹 데이터 동기화 솔루션 ‘싱크스튜디오(SyncStudio)’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또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인 ‘스팸브레이커(Spambreaker)’는 출시 후 2달여 만에 뛰어난 성능과 안정성, 호환성을 갖춰 기업 및 관공서로부터 끊임없는 문의와 제안을 받고있다.
유 사장은 “최근 문의가 폭주해 ‘WPP(Win-win Partnership Program)’를 통해 모집된 전국 단위의 협력업체들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을 추진 중”이라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특별 패키지 프로모션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 현지 법인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고 있어 사업 영역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만큼 그의 활동도 넓어지고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회의를 마친 후 점심 시간 이전까지는 잠깐이라도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눈 깜작하는 순간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유 사장은 이 때만큼은 산적한 현안을 뒤로 미룬 채 회사 경영과 비전에 대해 차분하지만 냉철한 명상에 잠긴다.
유 사장은 “직원들에게는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시간만큼 치열하게 고민하는 때도 없을 것”이라며 최고경영자다운 고충을 털어놨다.
12시 점심 시간, 외부 고객 혹은 손님과 약속이 없는 경우에 유 사장의 점심 파트너는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다.
임원을 비롯한 책임자들과는 회의를 통해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지만 신세대 젊은 직원들과는 회식과 워크숍 등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곤 자리를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유 사장이 먼저 제안했다. 이 자리는 유 사장이 각별히 신경써서 챙기는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오후에 시작된 비즈니스 활동은 걸핏하면 자정을 넘긴다.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현지 법인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기업 관련 단체는 물론이고 대학, 학원 등의 강의와 발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조찬 모임은 그렇다치고 요즘에는 저녁에 이뤄지는 세미나와 리셉션 등 다양한 행사에서 유 사장을 찾고 있다. 회사 설립 후 앞만 보고 달려온 유 사장은 최근 들어 부쩍 여유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 사장은 그동안 전국 각 지역을 돌며 매달 수차례씩 하던 외부 강의를 정중하게 사절하고 대학의 특강만 소화한다.
벤처기업협회와 리눅스협의회 이사직을 맡는 등 IT 업계 마당발로 통하는 유 사장의 이런 변신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영업 현장을 직접 누비느라 더욱 더 바빠졌기 때문이다.
영업 활성화를 위해 야전사령관을 자처하고 나선 그는 “영업 담당 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활동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라며 “인터넷 기업 특성상 영업을 하다보면 최고경영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어 이를 챙기고 있을 뿐”이라고 소개했다.
고객에게 제품을 팔기 전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남들보다 한 발 먼저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외부에서 고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유 사장은 다행히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부인과 초등학생인 1남 2녀를 앞세워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유년 시절부터 수영을 즐겼던 터라 그의 실력은 대단한다는 후문이다. 유 사장이 나이에 비해 젊어보이고 건강해 보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수영으로 건강 관리를 해온 유 사장은 지난 해부터 시작한 골프에 흠뻑 빠져 들었다.
“주말에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면서 일상의 고민을 훌훌 털어버리고 재충전의 기회로 삼기에는 골프가 제 격”이라며 골프 애호론을 펼쳤다.
독서가 몸에 밴 유 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좀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무한 경쟁 시대에 생각의 속도를 높이고 사고의 폭을 넗혀 의사결정을 빨리해야 하고 행동의 속도 또한 높여야 합니다. 생각의 속도와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는 책이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정보와 의사결정이 늦은 기업이 성공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난 2001년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한국인으론 처음 ‘2001년 세계 100대 기술개척자’ 중 한 명으로 선정돼 세계가 알아주는 기술자 반열에 올랐던 그의 말에 벤처기업 최고경영자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들어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