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조원대의 부품을 구매하는 LG전자(대표 구자홍)가 내년 콘덴서 발주 물량을 경쟁입찰을 통해 조달키로 결정하자 관련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사업부는 내년 신형 내장고에 들어가는 콘덴서 물량을 경쟁입찰을 통해 조달키로 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지난해 낙찰가에서 15% 인하한 가격에 입찰을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특히 사업부 입찰 경쟁 프로그램인 ‘e옥션’을 통해 멕시코·인도·중국 등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이어서 파란이 예상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서 원가절감 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맞지 않으면 국내 업체라도 발주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경쟁입찰 방식에 의한 부품 조달 계획 방침을 분명히 했다.
LG전자는 앞으로 이같은 방식의 부품 조달 계획을 전 품목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LG전자측의 방침이 알려지자 부품업계는 산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덴서 공급가격이 3년 전보다 평균 40% 가량 떨어지고 유가 등 고정 비용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경쟁입찰을 하겠다는 것은 업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겠다는 것과 다를 바 아니다”며 LG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더욱이 삼성전자처럼 최대 낙찰가를 조사한 후 경쟁입찰을 붙이는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가격인하 목표치를 정해 놓고 경쟁입찰을 하겠다는 LG전자의 입찰 방식은 합리성을 결여한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업계는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수 없이 세트업체들을 따라가고는 있으나 최근 그들의 행태는 산업계의 현실을 너무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도 “품질은 외면한 채 공급가만 들먹이는 경쟁입찰 방식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면서 “부품업체가 존재하지 않는 한 세트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