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오픈글로벌 B2B네트워크 구축 시기상조였나…

 ‘기업간(B2B) 협업네트워크 비즈니스는 시기상조였는가.’

 세계 최대규모 전자업종 e마켓플레이스인 이투오픈이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0년 8월 IBM, 휴렛패커드, 마쓰시타, 루슨트테크놀로지, LG전자 등 전자분야 10대 기업이 자본금 2억달러를 투자하여 출범시킨지 2년 만의 일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투오픈글로벌(http://www.e2open.com)은 최근 한국·대만(중국)·일본·싱가포르 등 4개국 지사의 인원을 50% 이상 감원한데 이어 그동안 추진해온 공급망협업(SC), 제품협업(PC), 상거래협업(CC) 등 3개 부문 사업도 최대주주인 IBM과 이 회사 협력사 200여개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서비스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방침은 이투오픈이 공개형 e마켓으로서의 기능을 포기하고 IBM의 사설형 e마켓 또는 네트워크 연결업체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주주사 가운데 이투오픈의 PC솔루션을 가장 먼저 도입한 LG전자의 경우 B2B추진 일정의 방향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투오픈 한국지사인 이투오픈코리아의 역할 및 존립여부를 두고도 지난해 직장폐쇄된 컨버즈코리아(글로벌 전자e마켓 컨버즈의 한국지사)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조차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배경=이투오픈의 사업축소는 불황국면의 e마켓플레이스들의 생존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큰 원인은 각 주주사들이 이투오픈을 통한 B2B 구현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지목된다. LG전자, IBM, 히타치 등 일부가 이투오픈 네트워크를 적용했지만 모든 공급망환경의 협업적 연계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이같은 역량자체가 이투오픈에는 없다는 자체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주사들이 공개형 e마켓 활용에 확신이 없던 데다 B2B 조차도 당장 생존을 위협할 만한 것은 못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주주간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이투오픈이 사업모델을 수차례 바꾸면서 고객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이투오픈은 당초 불용자재의 경매 및 역경매서비스가 주된 모델이었지만 거래부진으로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고 말았다. 이어 새로운 개념의 ‘협업네트워크업체’를 표방했지만 협업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지원하는 일에도 실패했다.

 ◇이투오픈의 미래=이투오픈은 당분간 IBM과 LG전자 계열 협력사들의 e비즈니스 구현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솔루션업체로 남을 공산이 크다. 최근 IBM이 “향후 모든 협력사와의 전자상거래에는 이투오픈을 경유하겠다”는 발표를 함에 따라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투오픈의 해외지사 역시 이렇다할 자체사업이 없는 만큼 본사 주도로 축소 또는 폐쇄가 불가피해졌다. 단지 일본지사의 경우 히타치와 NEC 등 기존 고객과의 제휴관계를 감안할 때 제한적으로나마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영향=정부차원의 협업적 IT사업, 민간이 중심이 된 e마켓간 M2M(시장)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서도 협업적 IT 및 전자상거래에 대한 가치판단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들조차 생존문제로 고민하는 현실에서, 기업간 협업적 e비즈니스에 대한 재검토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파트너인 LG전자는 이미 채택된 이투오픈 솔루션의 철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업무혁신팀 신문선 상무는 “일단 IBM과 공급망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영역에서 이투오픈 활용이 재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