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 M&A `후유증`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불리기 및 신규사업 진출에 나선 통신장비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M&A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이후 본격화된 통신장비업계의 기업간 인수합병이 충분한 사전 검토작업 없이 진행돼 합병 이후 사업방향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부에서는 기업 인수합병을 대주주의 이익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 생산업체인 3R(대표 장성익)는 올 초 590억원을 들여 통신장비업체인 현대시스콤을 전격 인수, 두 회사의 합병에 나섰으나 최근 들어 코스닥 등록기업과 비상장기업간 합병작업에 어려움이 따르자 회사합병을 포기하고 독자 경영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특히 두 회사는 주력 사업분야가 보안장비 및 통신시스템으로 사업 연관성이 적어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최근에는 3R가 현대시스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동전화단말기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등 향후 사업전략에 대해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

 네트워크 솔루션업체인 엔피아(대표 윤기주)는 지난 2월 지문인식업체 니트젠을 인수, 니트젠테크놀러지스로 출발했으나 니트젠과의 합병 이후 흑자기조가 적자로 돌아서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트젠테크놀로지스는 네트워크 및 지문인식 사업의 영역이 달라 합병 이후에도 기존 조직체제를 유지, 별도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등 회사합병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의 합병은 이들의 대주주인 미국의 글로벌투자회사 H&Q가 엔피아를 이용해 니트젠을 코스닥에 우회등록시키기 위해 진행한 것이어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무리한 기업합병’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네트워크장비 업체인 재스컴(대표 박정서)은 지난해 말 무선 모뎀업체인 이소텔레콤을 인수, 그로웰텔레콤으로 출발했으나 두 회사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유선기술과 무선기술을 연계해 사업화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로웰텔레콤은 특히 이소텔레콤의 인수로 올해 750억원 매출에 60억원 규모의 경상이익을 달성해 지난해 적자경영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되는 등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통신장비업체들이 불황타개책의 하나로 선택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형확대’와 ‘주가상승’과 같은 사업외적인 문제보다는 합병대상 업체의 사업역량과 향후 사업전망을 면밀히 검토해 기업 인수합병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