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3G망 공동 구축 허용

 유럽연합(EU)이 사상 처음으로 이동전화 사업자간 3세대 이동통신망의 공동 구축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개별적으로 망을 구축할 경우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부담을 덜기 위해 공동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영국 MMO2와 독일 T모바일이 영국에서 구축하는 3세대(3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동통신 업체들간의 네트워크 공유를 정책 당국이 허용한 것은 이번 EU가 처음이다.

 마리오 몬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그동안 이통업체들간 네트워크 공유를 허용하면 통신 시장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반대 여론이 있었다”며 “그러나 3G 네트워크를 공유해 얻는 비용절감 효과가 결국 서비스 가격 인하 등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망 공유 승인은 그동안 MMO2와 T모바일이 3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투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EU측에 승인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1년 가까운 심사를 거쳐 이루어졌는데 양사는 이로 인해 망구축 비용 3분의 1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유럽은 물론 미국·홍콩 등 지금까지 망 공용화를 추진했던 업체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각국 정부의 승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그동안 비용 문제 때문에 연기됐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그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우선 영국 MMO2와 독일 T모바일은 독일에서도 망을 공유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으며 프랑스텔레콤 계열의 모바일콤과 네덜란드 KPN 계열의 E플러스도 최근 3G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 미국에서는 싱귤러와이어리스와 보이스스트림와이어리스가 최근 2.5세대(G) 및 3G 서비스와 관련한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뉴욕 등에 있는 기존 통신망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제휴를 체결했다.

 이밖에도 홍콩의 3G 사업자인 스마톤텔레커뮤니케이션스와 선데이커뮤니케이션스도 최근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3G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건설, 사용키로 하고 홍콩 정부에 허가를 정식으로 요청한 상태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유명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경쟁업체들과 네트워크를 공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으로 유럽의 이통 사업자들은 경매를 통해 3G 사업권을 손에 넣기 위해 1000억달러를 투자, 빚더미에 올라 있다. 이들은 또 앞으로 3G 서비스를 제공할 때까지 네트워크 등 시설투자에 약 2000억달러를 추가로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