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후를 대비한 IT인재 육성 전략 ■
IT분야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경제 전반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IT산업의 생산액은 97년 588억달러에서 연평균 21% 증가해 지난해는 1125억달러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액은 2001년 387억달러에 달해 전체 산업대비 25.7%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또한 107억달러 흑자로 전체 산업수지 흑자보다 무려 12억달러를 앞서가고 있다.
IT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45만여명으로 총 고용인력의 3.3%인 점에 비추어 볼 때 IT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IT분야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경제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IT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교육기관이 IT관련학과 정원을 현재 규모로 유지할 경우 국내 IT분야에는 지난해까지 부족한 3만명의 인력을 포함해 향후 5년 안에 모두 13만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IT분야를 전공한 학생도 기업실무에 적응하기까지는 최소 1년 정도의 훈련기간이 필요하다는 IT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우리의 IT교육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IT인력 양성전략의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대학별로 특화된 IT분야를 선정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제조, 항만, 첨단영상 등으로 특화된 지역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IT분야를 선택하고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실습 위주로 IT교육을 실시한다면 효과는 한층 커질 것이다. 외국의 주요 대학들이 IT학과 학생에게 실무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과정의 40% 정도를 교수와 학생이 팀을 이뤄 산업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할애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IT 커리큘럼을 채택해야 한다. 이론 위주로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어 IT학과 졸업생이라 하더라도 곧바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플랫폼, 프로세스 개선, 충분한 실습을 통한 문제 해결능력 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지향적인 내용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셋째, 비IT분야 전공자에게도 IT교육기회를 제공해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역량을 가진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다른 학문분야와 IT의 접목은 IT분야에는 창의성 향상을, 또 다른 산업분야에는 경쟁력 제고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또한 IT는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IT를 접하고 자기 전공분야에 종사하면 그 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넷째, 산업계 IT인력을 고급 IT전문가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재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IT산업은 생명주기가 짧고 기술발전 속도가 그 어느 분야보다 빨라 신기술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잃기 쉽다.
대학을 졸업한 대부분의 초급기술자들이 5년 가량 현장에서 근무한 뒤 고급기술자로 성장하지 못하고 관리자로 역할을 전환하고 있는 산업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다섯째, IT기획, 마케팅, PM 등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정보를 세밀히 파악해 목표시장과 틈새시장을 찾아내고 제품에 반영시켜주는 전문가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인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IT관련 기획이나 마케팅 전문가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를 IT전문가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여섯째, 어학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IT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IT신기술도 이곳에서 시작되므로 영어를 모르고 IT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근 국내 취업이 늘고 있는 인도인 IT엔지니어들은 영어로 사양서, 설계서를 무리없이 만들어낼 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책자를 통해 소개되는 IT신기술을 빠르게 소화해내고 있어 산업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어능력의 향상을 위해 IT학과에서는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는 물론 해외 교육기관과의 교류를 통한 학습기회를 늘려 학생들이 영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dhlee@software.or.kr)>
■산업계 인재 확보 `전쟁 아닌 전쟁`■
21세기를 맞이한 세계는 지금 ‘디지털혁명’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지난 산업화시대를 통해 인류가 경험했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파급효과로 우리 생활을 변화시킨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들은 디지털기술 발전의 결과로 해석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기술 발전은 비단 생활의 변화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산업계의 구도 역시 변화시키고 있다.
또 지식경영이 화두가 되는 21세기의 신경제 패러다임에서는 브랜드, 지식, 네트워크, 인재 등 무형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우수 인재의 유치와 개발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지식경영은 단순히 첨단 정보기술(IT)이 구축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활용해 창조적인 일을 해내는 인재 풀(pool)의 운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세계 선도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우리의 미래는 전략이 아니라 인재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조직 전반에 걸쳐 인재를 중요시하는 사고를 확립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지식정보시대로 압축되는 21세기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우수인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각 기업들이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인재확보 전쟁(the war for talents)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새로운 한 세기를 시작하는 삼성전자가 가장 필요로하는 인재는 우선 빠른 두뇌와 창의력, 진취성을 가진 사람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축적된 경험이 경쟁의 원천이었지만 디지털시대에는 빠른 두뇌와 독창성이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단히 과거와의 관행과 다르게 현재로부터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할 줄 아는 진취적인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둘째로 삼성전자가 찾는 인재는 e커머스 사회, 사이버 사회에 적응하고 리드해 나갈 수 있는 기본기와 응용능력을 갖춘 인재다. 유능한 인재는 국제적 대화(communication)가 가능한 언어능력과 정보화 수준, 그리고 주변 인프라를 네트워킹하고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지구촌 사회라고 할 정도로 세계가 가깝고 빠르게 움직이는 ‘디지털사회’ ‘디지털경제’ 환경 아래서 이러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이를 주도하는 회사로 성장하려는 삼성전자는 ‘디지털 마인드’ ‘디지털 기술’ ‘디지털 프로세스’를 갖추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명확한 목표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 인재다. 항상 명확한 목표와 목적의식속에 자신의 위치를 입체적, 국제적으로 파악하는 자세를 갖고 폭넓은 지식과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재다. 이러한 인재는 기업은 물론 전체 사회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삼성전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창의성과 진취성, 기본기를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에 공헌한다는 경영이념을 갖고 있다. 인재에 대한 투자를 경영의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이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다.
이같은 인재를 원하는 기업은 비단 삼성전자만이 아닐 것이다. 세계 초일류를 추구하고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기업이나 이런 심성과 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찾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시대에 변화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되도록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인터뷰: 인터파크 이기형 사장 ■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미래에도 충실합니다.”
아직 인터넷이란 단어도 일반인에겐 생소하던 96년,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를 설립한 이기형 사장(39). 아무도 가본 일 없는 전자상거래의 길을 열고 창사 6년 만에 인터파크를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터넷 쇼핑몰로 키워낸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이며 정보기술(IT) 시대의 엘리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을 엘리트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장은 “스스로를 엘리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단지 사업만을 생각하고 열심히 일을 해 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잘 탄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며 이 사장은 “엘리트들이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보다도 판단력과 추진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선 핵심적인 요소를 정확히 파악해내는 능력, 무엇이 중요한지 아닌지를 찾아내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일단 판단이 서면 과감히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들려준다. 특히 잔가지에 구애받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핵심 목표에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기형 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해왔다. 이 사장은 통신기업에서 일하면서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의깊게 지켜보며 사업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인터넷을 이용한 유통사업. 이 사장은 인터넷 쇼핑몰로 승부를 걸기로 작심하고 일을 추진해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그는 이 길이 옳다고 믿고 오로지 사업에 매진, 오늘에 이르렀다.
이는 특별히 미래 엘리트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라기보단 벤처경영인을 포함한 기업인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인 듯하다.
이에 대해 이기형 사장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한다. 단 앞으로 합리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쏟아져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들을 적절히 해석하며 합리적으로 비즈니스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도 많은 정보가 넘쳐나며 사람들을 유혹하는 판이라 자칫하면 중심을 잃는다. 이 사장은 자신이 존경하는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을 들려준다. “창을 활짝 열어 불어오는 모든 바람을 느끼라. 그러나 발은 땅에 굳건히 대고 있으라.” 변화의 바람은 분명히 감지해야 하지만 바람에 휩쓸리면 곤란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이기형 사장은 덧붙여 사회도 좀 더 합리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기업활동이나 연구활동을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기본에 좀 더 충실해져 사람이 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
이 사장에게 미래 엘리트에게 요구되는 윤리적·도덕적 잣대에 대한 질문도 던져봤다. 최근 미국이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신뢰성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불안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도덕한 측면은 분명히 시정돼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인터파크의 경우 “매출액을 부풀리기 위해 카드깡 등의 부정행위를 묵인하진 않을 것”이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도덕성을 빙자해 기업활동을 백안시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였다. 먼저 사회에 합리적이고 명확한 규칙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규칙이 엄격히 지켜져야 함은 물론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