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기술연구의 산실:삼성그룹

 삼성의 미래기술 연구 수준은 우리나라 민간연구소 미래기술 연구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국내 기업들의 미래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가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인 셈이다.

 삼성의 차세대 미래기술 확보 의지는 이건희 삼성 회장 특유의 준비경영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4월 20일 삼성그룹 전자 관계사 사장단 회의에서 “5∼10년 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은 무엇인지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빠른 시장변화에 앞서기 위해 첨단기술력을 시급히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전자부문 관계사 사장단들은 서비스·솔루션 지향, 글로벌화, 네트워크화, 퍼스널화, 모바일화를 전자산업의 5대 메가 트렌드로 전망하고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하는 회사’로의 성장을 2010년 비전으로 설정했다. 나아가 삼성은 홈·모바일·오피스 네트워크·핵심부품 등 4대 전략사업군별 1위 제품을 중심으로 전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체제를 강화해 2010년까지 세계 전자업계 ‘톱3’ 안에 진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그룹은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그룹 중앙연구소, 각 계열사 연구소, 사업부 개발실의 3원화된 연구개발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삼성이 올해 연구개발에 쏟아부을 자금은 5조원 정도에 달한다.

 이 가운데서도 삼성의 미래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싱크탱크’로는 단연 삼성종합기술원(SAIT)이 손꼽힌다.

 국내 기업연구소 중 ‘미래기술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삼성종합기술원(원장 손욱 http://www.sait.samsung.co.kr)은 ‘새천년에 끝없는 기술혁신과 최고의 기술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비전 아래, 삼성그룹의 미래 신규사업 창출을 위한 ‘프런티어(frontier)기술’ 연구와 시장의 게임을 바꾸는 혁신적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룹의 중장기 기술전략을 제시하는 동시에 각 연구의 공통적인 기반이 되는 기술을 발전시켜 삼성 관계사에 확산시키는 것도 삼성종합기술원의 몫이다.

 특히, 삼성종합기술원은 앞으로 펼쳐질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광(opto) △나노 △바이오 △에너지 등 5대 분야의 기술 플랫폼을 바탕으로 미래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 5대 기술분야는 미래 세계 1위로 육성할 사업의 ‘씨앗’들이다. 

 먼저 디지털 분야에서는 멀티미디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4세대 이동통신 부문의 미래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기술의 경우 유비쿼터스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신호처리를 연구할 계획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MPEG4 AFX, MPEG7, MPEG21 등의 표준화 주도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 및 솔루션 비즈니스에서 사업영역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MPEG4 고유의 압축·스트리밍 기술을 지원하는 애니메이션 표준이 2003년 국제 표준으로 제정되면 우선 애니메이션 광고, 온라인 게임 등의 표현·압축 표준으로 적용되고, 2008년에는 3차원 애니메이션의 모든 기능이 지원되는 토이스토리 등의 고화질 애니메이션 영화를 PC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UI부문에서는 △휴먼 인터액션(human interaction) 기술(시·청각)을 활용한 휴머노이드(humanoid) 개발 △생체신호처리(후·미·촉각)를 활용한 원격진단기술 및 센서기술 △웨어러블(wearable) PC 등 포스트PC에 대비한 새로운 입력장치(scurry:스커리)의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다. 손동작 해석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커리의 경우 공간의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몸에 착용하는 입력장치다.

 오는 2010년께 본격적인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인 4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4세대 통신서비스(beyond IMT2000) 표준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종합기술원은 다중 안테나 즉 △MIMO(Multi Input Multi Output) 기술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다중 안테나 관련 표준화 기술 중 삼성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4세대 통신서비스를 위한 다중 네트워크 SDR(일명 SOPRANO 프로젝트)도 연구중이다.

 광 분야에서는 광·디스플레이 분야의 미래기술을 준비중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광이 미래사회 정보의 90% 이상을 전달할 매체로 기대됨에 따라 청자색 LD, 백색 LED 등 새로운 광원의 개발이나 고성능 광부품 및 광통신 부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로 프로젝션식 레이저TV, 평판식 PDP, CNT FED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연구할 예정이다.

 삼성은 특히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지난 96년부터 나노기술(NT)의 중요성에 주목해 기술개발에 주력해왔다. 개발분야로는 전자소자와 재료를 선정하고 혁신적인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전자소자 분야에서는 현 메모리 소자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고집적·초고속·저소비전력 특성의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나노재료 분야에서는 전자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 재료와 이에 필요한 공정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노기술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나노재료, 나노분석기술, 나노스토리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 중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는 탄소 나노튜브 트랜지스터(carbon naonotube transistor), 자기 메모리(magnetic RAM), 단전자 소자(single electron device)를 연구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또 나노 분말을 이용한 재료 개발과 NT의 기반기술인 나노분석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주사탐침현미경(SPM) 원리를 응용한 나노정보 저장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e헬스’ 시장에 대비해 생명기술(BT)·정보기술(IT)·NT 등이 융합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전자 정보, 유전자 정보 분석, 칩플랫폼 기술 등을 융합한 바이오칩은 그 좋은 예로, 이를 통한 질병 진단과 유전자 정보 해석 등이 기대된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삼성종합기술원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의 생산과 언제, 어디서나, 항상 오래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생산이라는 두가지 명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중이다. 이를 위해 용량이 많고 플렉시블한 차세대 폴리머전지와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연료전지 등을 연구중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인터뷰: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사진) ■

 ―삼성종합기술원이 미래기술 연구의 산실로 평가받는 배경과 강점은.

 ▲삼성종합기술원은 87년 우리나라 최초로 기초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연구소로 출범한 이래, 광기기(ODD·DVDP), 핵심부품(MLCC·적색LD·SAW필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등 이른바 ‘씨앗’형 기술을 개발해 삼성 관계사의 신사업을 창출했다. 또한 시뮬레이션·분석 기술지원을 통해 관계사 사업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기도 했다. 21세기는 융합·시너지 효과만이 살길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IT·NT·BT 등 신기술 연구를 수행하면서 기술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술혁신과 고객가치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4세대 연구혁신체제를 구축하고 6시그마 연구혁신을 통해 기업경쟁력의 3가지 요소인 인력·프로세스·제품의 일류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4세대 연구혁신체제의 핵심은.

 ▲4세대 연구개발(R&D)혁신은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가치혁신을 동시 추구하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활동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개발을 기술·고객·시장·사회 전체로 확대한 개념이다. 이 체제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고객과 경쟁사로부터 다양한 기술·시장지식을 효과적으로 획득, 활용할 수 있는 경쟁 아키텍처와 조직역량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미래를 주도할 기술혁신의 핵심축은.

 ▲21세기 기술혁신은 기술의 융·복합화, 고객가치혁신, 연구개발의 속도, 우수한 인재에 좌우될 것이다.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화를 통한 수많은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것이다. 아울러 기술혁신은 고객가치 실현에 바탕을 두어야 성공할 수 있다. 즉 기술개발의 ‘안전지대(comfort zone)’에서 탈피해 가치혁신과 기술혁신을 이뤄 시장의 게임을 바꿀 수 있는 시장지배형 기술(dominant design)을 창출해야 한다. 디지털 정보혁명시대에는 한사람의 인재가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한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이 기술혁신의 관건이 된다.

 ―삼성 각사 연구소들과의 역할 및 협력체제는.

 ▲삼성종합기술원은 미래사업에 대비하기 위해 원천특허 확보, 표준화기술 연구, 차세대 신사업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삼성코닝 등 각사 연구소는 신제품 개발과 핵심애로기술 개발을, 사업부 개발실은 제품 개선과 공정 혁신 및 개발을 각각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종합기술원은 축적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씨앗을 발굴하고, 관계사의 연구개발 시너지 효과를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제공자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연구체제 방안은.

 ▲지역별로 강점기술 분야에 맞는 특성화를 비롯, 현지 랩(lab), 전략적 제휴, 기술 교류회, 지역 컨소시엄 가입, 우수인력 유치 등 다양한 협력방법을 통한 국가별 차별화를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 표준화 관련 글로벌 컨소시엄 가입을 확대하고, 2005년까지 해외 연구 협력비용을 전체 예산의 30%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R&D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