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이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3공간에 대한 도전과 기회’ 기획시리즈가 지난 40회째를 맞았다. 지난 4월 ‘제3공간 개척에 미래 달렸다’라는 제호로 시작된 이 기획 시리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제3공간의 전략적 개척과 활용이라는 ‘u코리아 구상’을 새로운 국가경영비전으로 제시해 독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u코리아는 과거 정보혁명시대의 ‘사이버코리아’나 ‘e코리아’ 계획을 뛰어넘어 21세기형 선진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자신문의 일대 제안이다.
이번 호에는 그동안 ‘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3공간에 대한 도전과 기회’의 기획 및 집필을 맡아온 3명의 필진이 한자리에 모여 u코리아 구상을 중간정리하고 평가한 좌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참가자>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하원규=마르크스는 영국에서 대학도서관을 오가며 자본론을 쓸 당시 낙엽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자본주의가 망하는 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이번 u코리아 기획에 참여하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주위의 모든 현상이 유비쿼터스로 보이고 날아다니는 새들도 “유비, 유비” 하며 우는 것처럼 들렸다. 그만큼 역사적인 작업에 참여한다는 각오로 이번 u코리아 기획에 임했다. 그 결과 정보화혁명을 이룰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정보화의 발전을 유비쿼터스 시대로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한 셈이다.
◇김동환=지식혁명을 이을 제3공간 혁명 보고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리즈에 임했다. 농업화,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특히 이번 기획물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기술적인 접근과 새로운 공간 개념, 그리고 u코리아 건설의 정책적 비전 등을 조화롭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같은 성과는 종합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유비쿼터스를 구현할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이 기술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에 적용할지를 모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한발 앞선 것이다.
◇하원규=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번 기획물은 기술·공간·정책이라는 삼각점이 절묘하게 조화됐다. 이를 통해 막연하게만 인식돼온 유비쿼터스 기술을 형태지화했다. 공간 이론을 정립한 것도 엄청난 성과다. 특히 지식의 새로운 형태로 사물에 내재된 사물지(invisible knowledge)를 개발하고 체계화했다. 앞으로 사물지를 제대로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지식혁명의 선도국가로 나갈 수 있다.
◇최남희=인간 삶의 원천은 공간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물리공간을 지배하는 점과 선의 개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제3공간의 개념을 이끌어냈다. 이는 물리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다. 지구가 평면이라고 여기는 것과 둥글다고 생각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인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정보화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국가비전을 수립한다는 학자적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기술 낙관적인 시각만을 강조한 나머지 윤리·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은 다소 부족했다. 이는 인간 복제기술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생명공학에 대한 윤리문제와 유사하다. 유비쿼터스시대에 사물간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 소외의 문제도 다뤄져야 한다.
◇김동환=철학이나 윤리적인 부분은 다소 취약했다. 경찰, 국방, 환경 등 유비쿼터스 기술을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가능성을 직접 소개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문화·오락적인 측면도 중요한데 조금 소홀히 취급한 것 같다. 따라서 유비쿼터스화로 인한 각종 역작용과 실질적인 적용사례들은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최남희=미래 첨단기술을 대변하는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언제, 어디서나를 꿈꾼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비쿼터스화에 성공하면 유토피아가 건설되지만 실패할 경우 디스토피아로 갈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성을 지닌 것이다. 철저한 준비만이 디스토피아로 가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또다른 방안으로 유비쿼터스의 적용은 사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간이 지닌 공간통제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스스로도 진정한 유비티즌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도 필요하다.
◇하원규=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진해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빛을 약하게 만들 수는 없다. 오히려 더 강력한 빛으로 그림자의 영역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림자는 정오에 가장 짧아진다. 유비쿼터스화로 인한 역작용은 생각처럼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보안문제도 IPv6 등 기술적으로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정보기술(IT) 이후에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등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됐다. 모든 것이 상호 연계되는 기술들이다. 미래에는 IT·BT·NT는 물론 환경기술(ET)·우주항공(ST)·문화콘텐츠(CT) 등 6T기술을 모두 통합하는 유비쿼터스기술(UT)이 각광받을 것이다.
◇김동환=월드컵 기간에 1000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안방의 선명한 텔레비전을 마다하고 길거리로 나와 흐릿한 대형 화면을 보며 다같이 응원하는 이벤트를 선택했다. 이는 정보의 공유보다도 공간의 공유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선과 점의 수준을 넘어 공간의 정보화가 이뤄져야 한다. 통일 후 북한을 개발하고 정보화시키는 데도 유비쿼터스 개념이 활용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한 도시공동화 현상도 유비쿼터스로 해결할 수 있다.
◇최남희=정부도 점과 선에 기반한 2차원적 서비스 수준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제3공간의 개념으로 발전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없어서,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서 하는 등의 변명은 이제 안통한다. 그래서 정부가 먼저 유비쿼터화에 나서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u정부의 역할과 방향에 관한 별도 저술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유비쿼터스화는 기존의 정보자원을 얼마큼 디지털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먼저 결정해야한다. 따라서 사회 각 분야에서 유비쿼터스화가 효율적으로 추진되려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적 교육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동환=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비쿼터스화를 통해 제3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높은 정보화 수준이나 대륙과의 연계성, 국민적 응집력 등 이미 한국은 유비쿼터스화에 필요한 대부분의 조건을 지녔다. 세계 최초로 전자와 물리공간을 결합한 제3공간 아티스트도 다름아닌 한국인 백남준씨다. 따라서 한국은 세계 어떤 국가들보다 유비쿼터스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최남희=만약 우리나라가 유비쿼터스화에 성공한다면 전세계 국가로부터 성공모델 사이트로 주목받고 이로 인해 파생될 세계 시장 지배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기업들은 유비쿼터스화를 통해 향후 10년간 무얼 먹고 살 것인가의 고민을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기능용 칩이나 단말기 분야에서는 이미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 유비쿼터스 경제시대의 새로운 주역이 되려면 하루 빨리 준비해야 한다.
◇하원규=지금은 모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비쿼터스는 우리나라가 세계 문명사의 중심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정보 인프라를 일궈냈다. 마찬가지로 향후 10년간 유비쿼터스에 매진한다면 한국은 정보화에 이어 유비쿼터스 시대의 선도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강력한 국민적 에너지와 지도자의 리더십, 그리고 첨단 기술 인프라 등을 하나로 합쳐 유비쿼터스 혁명을 위한 총동원체제로 나가야 할 시점이다.
정리=<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3공간에 대한 도전과 기회’는 이번 좌담회를 끝으로 ‘u코리아 제안’ 본론 부분을 마감하고 다음호부터는 국내외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현안과 도입 및 응용현황 등을 소개한다. 또 ‘u코리아 제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의 기고도 함께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