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기업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최동일 SKC 사장

 ◆실패 두려워 않는 `파이어니어`-거래소기업 표준형 CEO

“전자신문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전자정보통신 기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선도자 역할을 해 온 전자신문이 앞으로도 계속 정보통신 사업의 흐름을 짚어주고 선도하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다양한 이력을 지닌 거래소 상장 IT기업의 701명 경영진의 평균 연령과 최종 학력, 출생지, 취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가장 평균에 가까운 인물로 선정된 최동일 SKC 사장(58)은 본지 창간을 축하하는 메시지로 말문을 열었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50대 후반, 취미는 골프.  

 가장 평균적인 인물을 찾기 위해 이런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거래소 상장 IT 경영진은 5명에 불과했다.

 5명 중에 종합적인 평균치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바로 최 사장이었다.

 “개인으로서는 실패가 두려워 가만히 앉아있기 보다는 항상 도전하려는 의식이 살아 있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동료 및 부서간 화합이 경쟁력 향상의 전제 조건이 된다고 봅니다”  필름 및 미디어 전문메이커에서 새롭게 정보통신소재사업에 진출, 활발한 사업다각화를 시도 중인 SKC의 최고 사령탑 최동일 사장의 생활철학이자 경영관이다.  

 실제로 최 사장은 말단 신입사원으로 시작, 최고 경영자에까지 이른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도전의식을 갖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주어진 임무를 정열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최 사장은 지난 68년 7월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입사한 이후 30여년 이상을 SKC, SK울산 부공장장, SK가스 사장 등 SK그룹 내의 주요회사의 각 사업분야를 두루두루 역임한 정통 SK맨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최 사장은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스타일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의 실무는 중간관리자와 담당자들이 담당하는 것이고 경영진의 주요 임무는 회사의 목표와 방향을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 사장은 책임질 줄 아는 자율과 회사 구성원간의 희생을 통한 화합을 중시한다.

 정통 엔지니어출신인 그는 치밀한 분석력과 강한 추진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업무에 있어서는 빈틈없고 깔끔하기로 정평 나 있다.

 이러한 최 사장의 업무스타일은 오늘날 SK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전기가 된 지난 80년 석유공사(現 SK주식회사) 인수팀에 참여했을 때와 SKC의 주력상품인 폴리에스터필름 개발 당시에 SKC 수원공장장 재직시 유감없이 발휘됐었다.

 그룹 경영기획실 소속의 기획조사반에 몸담고 있으면서 76년 선경화학(현 SKC)창립 요원으로 발탁됐다.

 회사 설립 및 수원공장 신축 공사에 참여했던 최 사장은 1년 중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며 공장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직접 들고 시청과 관계기관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또 기술개발을 위해 미국 MIT대학과 듀폰, 일본의 관련회사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워낙 바쁘게 지내다보니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 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는 게 최 사장의 당시 회고다.

  수원공장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그는 다시 유공(현 SK주식회사) 인수팀에 참여해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인수 후에는 울산공장 공무부장을 시작으로 공무생산기술담당임원으로 10년을 근무했다.  이후 에는 SK케미칼, SKC, SK주식회사 등을 거치면서 상무이사까지 올랐다.

 최 사장은 “기계공학도가 국내 최대의 화학전문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것만 봐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당시를 자평했다.

 또 그는 지난 90년 유공가스(현 SK가스)의 기술 및 영업담당 상무로 옮기면서 다시 한번 도약한다.  

 “제조업체와 달리 판매회사는 영업력이 회사의 경영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해 열심히 영업에 나섰고 다행히 경영성과도 좋아졌습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끝에 그는 SK가스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부사장,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쾌속 질주를 계속했다.  

 지난 99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기업은 물론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0여년만에 SKC로 돌아온 최 사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한다.

 그의 부임 직전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 분위기는 침체와 경직 그 자체였다.

 이에 최 사장은 부임의 특유의 소탈한 성격과 합리적인 경영스타일, 강력한 추진력으로 짧은 시간 내에 회사 분위기를 침체에서 활기로 바꾸는 등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이 때 기존 주력사업 성장의 한계와 국내외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악화 등의 어려움에 처한 SKC를 강한 리더쉽을 통해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아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중간 관리자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도전 의식을 갖도록 해 회사 경쟁력을 키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업무 스타일 역시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하고 겉치레를 싫어한다.  

 실제로 SKC는 최 사장 부임 이후 이러한 경영철학을 통해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기존의 폴리에스터필름 및 미디어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구조 위에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이동통신단말기와 디스플레이소재 등의 정보통신부품 및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최 사장은 한계사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동시에 전사적 경영혁신운동인 ‘턴어라운드(Turnaround)’추진을 몸소 현장에서 진두지휘해 제품경쟁력이 강화되는 등의 경영성과를 올렸다.

 이와 함께 회사의 모든 활동을 수익 중심으로 전환하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기존의 주력사업인 필름 및 미디어 사업에서도 원가절감 노력과 고부가제품 개발 등으로 흑자기반을 다졌다.

 “올해엔 2차전지, LCD용 가공필름등의 디스플레이 소재, 이동통신용 단말기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최 사장은 “SK그룹차원에서 추진하는 중국 진출에도 SKC는 제조업체라는 강점과 90년대 초반부터 비디오테이프 합작공장을 건설, 운영해 온 경험을 토대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최 사장은 SK에서만 30년을 넘게 근무하며 한 우물만을 판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경영자다.  

 최 사장은 입사이후 CEO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엔지니어로서 충실하게 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공계열 기피 현상과 관련 후배 공학도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최 사장은 “공대를 졸업하고 CEO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엔지니어로서 충실히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기술자로서 자신의 자리를 탄탄히 하는 데 힘쓰라는 뜻이다.  

 최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피난 내려간 대구에서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거쳤다.  

 싱글 수준의 골프 외에도 단전 호흡과 만보 걷기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게 최 사장의 젊음 유지 비결이다.  

 올해 75세인 노모를 모시고 있는 최 사장은 부인인 여순상 여사와의 슬하에 종률·종백 아들 형제를 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 약력

 

 △1943년 서울 출생 △62년 경북대 사대 부속고교 졸업 △66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68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 입사 △79년 선경화학(현 SKC) 수원공장장 △88년 유공 울산공장 공무담당겸 생산담당 부공장장(상무이사) △90년 유공가스(현 SK가스) 기술·영업담당 전무이사 △93년 유공가스 부사장 △96년 유공가스 대표이사 부사장 △97년 유공가스 대표이사 사장 △99년∼현재 SKC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