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 `네스팟` 장비 호환성 놓고 잡음

 KT의 초고속 무선인터넷서비스인 ‘네스팟’ 장비의 호환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KT 네스팟 홈페이지에는 일부 외산 무선랜카드를 사용하는 가입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항의 의견이 등록되고 있다. KT가 일괄적으로 도입, 가입자에게 판매·임대하는 랜카드는 문제가 없지만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외산 랜카드로는 네스팟 접속이 잘 안된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일부 가입자들은 KT가 엉터리 액세스포인트(AP) 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이라며 원색적인 비방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무엇인가=외산 랜카드를 사용하는 일부 가입자들이 겪는 접속장애는 국내에서는 미국과는 달리 13채널로 무선랜 환경이 구축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현재 무선랜 서비스에 쓰이는 기술표준인 ‘IEEE802.11b’는 2.4∼2.484㎓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이 대역은 14개의 채널로 나뉘어 쓰이고 있다. 근접지역의 주파수 간섭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한곳의 AP에서 1번 채널을 쓰면 그 근처에 있는 AP는 1번과는 떨어진 6번 혹은 11번 채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단 AP의 채널이 설정되면 가입자가 쓰는 랜카드는 접속하고자 하는 AP의 채널에 자동으로 맞춰져 AP와 통신하게 된다.

 하지만 나라마다 총 14개의 사용 가능 채널 중 몇개의 채널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는 14개 채널을 다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일부 대역을 군사 목적 등 기타 용도로 쓰기 위해 11번 채널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은 13번 채널까지 쓸 수 있다.

 따라서 KT 네스팟 서비스를 위해 설치된 AP가 12번 혹은 13번 채널로 설정됐을 경우에는 미국에서 도입된 11채널 지원 랜카드로는 서비스 접속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

 ◇가입자 불만=KT는 네스팟 서비스를 위해 올초부터 국내 장비업체들로부터 AP와 무선랜카드를 일괄적으로 구매해 설치·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네스팟 가입시 KT로부터 무선랜카드를 구입 또는 임대한 가입자는 별다른 문제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개별적으로 외산 랜카드를 구입해 갖고 있던 사람이 네스팟에 가입하는 경우다. 이 경우 가정에 설치되는 AP는 11채널 이하로 설정하도록 KT에 요구하면 되지만 ‘네스팟존’으로 불리는 KT 무선랜서비스가 가능한 호텔, 카페 등의 공공장소에서는 사용에 제약을 받게 된다.

 11채널 랜카드를 소지한 가입자가 그 이상의 채널로 설정된 AP가 설치된 지역에서는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대책=이번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KT가 네스팟 신규 가입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사전에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T가 가입 신청자들에게 이를 자세하게 설명했다면 이러한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KT측은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최대한 가입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대부분의 AP를 11채널 이하로 설정하고 있지만 간혹 전파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11번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로 인해 기존 가입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는 무선랜카드를 새로 지급하는 식의 보상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산 랜카드를 공급하는 장비업체들도 미국형으로 생산된 제품을 국내에 아무런 수정작업 없이 공급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라마다 통신환경이 다르다면 마땅히 그 나라 환경에 맞추는 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어바이어코리아가 최근 13채널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외산업체들이 11채널 제품을 그대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사설망이 아닌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공중망 무선랜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라면 랜카드 구입 전에 13채널 지원 여부를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